[기자수첩] 10대들의 명품 사랑

입력 2020-07-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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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 유통바이오부 기자

최근 모 커뮤니티에 중학생 딸이 수입 명품 운동화를 사 달라고 해 고민이라는 엄마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운동화를 한 번쯤 큰맘 먹고 사줄 순 있지만, 한 번에 그칠지 알 수 없어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댓글엔 요즘 10대들 사이에 명품은 그들만의 기호이고 의미이기 때문에 사줘도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되레 가격대를 보곤 고심해서 저렴한 걸 고른 듯하다며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었다.

전 국민의 명품 사랑이 10대 청소년들에까지 파고들었다. 10여 년 전 수십만 원짜리 ‘노스페이스’ 패딩이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며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등장했고, 이내 몇 년 후엔 수백만 원짜리 캐나다구스와 몽클레어 패딩으로 단계가 훌쩍 뛰었다. 이제는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골든구스·발렌시아가 신발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명품을 사본 적 있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더 많게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 358명을 상대로 청소년의 명품 소비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이 넘는 202명(56.4%)이 명품을 구매한 적 있다고 답했다. 명품을 어떻게 구매하느냐는 질문에는 ‘부모님이 사준다’(39%)가 가장 많았고 ‘용돈을 모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가 뒤를 이었다.

10대 청소년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또래집단 내의 경쟁, 비교, 과시 등 익숙한 단어로 풀이할 수 있다. 또래문화는 늘 있어온 현상이라지만 중고등학생들이 수십만 원, 수백만 원짜리 상품으로 경쟁하고 과시한다는 건 상식 밖이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재미난 이 말의 유행은 어쩌면 지양해야 할 과소비를 ‘플렉스’로 포장한 건 아닐까. 10대들에겐 능력 밖의 비싼 명품도 거침없이 사들이는 ‘플렉스’가 그저 멋지고 따라하고 싶은 행위로 자리 잡은 건 아닌지. 안 그래도 골치 아픈 경쟁과 비교 속에서 명품이 하나 더 추가된 듯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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