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서비스에 복사까지...편의점, 오프라인 ‘라이프 플랫폼’으로 변신

입력 2020-07-16 15:30수정 2020-07-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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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IT기업들이 온라인상에서 각종 라이프 플랫폼을 속속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는 편의점이 ‘생활 라이프 플랫폼’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금융서비스부터 택배, 모바일 식권, 공유차량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활동 반경이 급격히 넓어지면서 손대지 않는 서비스가 없을 정도다. 온라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기존 전통 산업과 충돌이 불가피해 소상공인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편의점 입장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에 모세혈관처럼 들어선 특성상 점포 활용도를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사진제공=GS리테일)

GS리테일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일부지역 약 1900여 개 GS25 매장에서 세탁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카카오톡으로 접수한 뒤 가까운 GS25에서 세탁물을 맡기면 집 앞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세탁물 접수가 24시간 가능하고 48시간 내에 고객이 등록한 주소로 비대면 새벽배송이 가능해 직접 세탁소에 찾아가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편의점 업계에서 세탁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업체는 경쟁사 CU(씨유)다. 이 업체는 지난해 8월 세탁 스타트업 오드리세탁소와 손잡고 세탁 수거·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세탁 접수를 원하는 고객은 오드리세탁소 모바일 웹페이지에 수거 예약을 한 후 CU 점포 내 택배 접수 기기인 CU포스트를 이용해 접수하면 된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활용해 접수와 배달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여기에 CU는 이날 AJ네트워크와 손잡고 무인복합기 서비스를 업계 최대 규모인 전국 500개 점포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2015년 GS25와 동시에 도입한 이 서비스의 월 최대 이용 건수가 1만8000여 건에 달해 CU에서 운영 중인 20여 가지 생활 서비스 중 택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주택가에 위치한 CU의 일부 점포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월 220만 원에 달하는 추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서비스 이용 고객의 약 78.8%가 추가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집객 효과도 쏠쏠했다.

최근 들어 편의점들이 도입한 서비스는 일일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치킨 판매, 택배, 모바일 식권과 공유차량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진출하며 24시간 운영되는 ‘슈퍼마켓’에서 근거리 생활 라이프 플랫폼으로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편의점의 문어발식 서비스 확장에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영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이 10개 직영점에서 ‘시크릿 테이스트 치킨 바이 비비큐’ 브랜드로 치킨을 판매하자 프랜차이즈인 BBQ 가맹점주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편의점의 사업 다각화는 또 다른 소상공인인 가맹점주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2014년 2만6020개에서 2018년 3만8451개로 4년 만에 1.5배 팽창했다.

편의점의 이같은 급팽창은 인접한 매장끼리 출혈 경쟁을 하다 ‘카니발라이제이션(내부 잠식)’ 효과로 나타나 가맹점 점포당 매출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매출을 방어하기 위해선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4억2799만 원이던 편의점의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2018년 3억7766억 원으로 미끄러졌다. 편의점 선두업체인 CU는 6억1682만 원에서 5억9312만 원으로 떨어졌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각각 1179만 원, 844만 원이 낮아졌다. GS25도 6억7922만 원에서 6억7205만 원으로 주춤했다.

최근 불황에 따라 젊은 가맹점주가 늘었다는 점도 한 이유다. CU의 50대 이상 신규 가맹점주 비중은 2016년 41.9%에서 올해 상반기 37.8%까지 줄어든 대신 빈자리는 20~40대 가맹점주들이 채웠다. 이들은 기존 상품 판매 외에 새롭게 도입하는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와 호응이 높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각종 서비스 도입 등 사업 다각화는 점포 활용도를 높여 가맹점주의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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