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증권거래세 폐지해야”…정부 “폐지는 다른 차원 문제”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은 누더기 세법이다. 국가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지 고찰이 없었다.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의 자본시장 세제개편안에 대한 평가’ 토론회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심한듯 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개편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정부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은 ‘금융투자소득’에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증권거래세는 일부 인하하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거래세ㆍ양도세 ‘이중과세’ 논란, 국내 주식형 펀드 ‘역차별’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이 여당 의원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다.
유 의원은 “지금 청년 세대는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상태이므로 그나마 작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이 주요 재테크 수단”이라며 “부동산보다 자본시장을 활성화는 쪽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가계자산 구성을 보면 75%가 부동산인데 미국은 부동산 비중이 이것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며 “상가 건물도 장기 보유하면 30% 세금을 깎아주는데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바보로 만드는 현 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화살은 이번 개편안의 증권거래세 유지 방향으로 향했다. 유 의원은 거래세는 폐지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되,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서 장기 투자에 대한 과세 부담은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내리고 2025년 전면 폐지하는 대신 양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문성훈 한림대 교수도 큰 틀에서 유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문 교수는 “세수의 차이가 없다면 양도세만 부과하는 것이 조세 중립성, 조세 단순성, 국제적 정합성 등 과세 원칙에 부합하다”며 “증권거래세가 고빈도매매 등 투기거래 방지의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투기 방지는 금융정책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가 정부에 재정 부담을 안길 만큼 정책적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강동익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증권거래세는 정부 재원 조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재원을 마련할 방안과,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문건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은 “정부는 금융상품에 대해서 동일한 세제를 적용하고 과세의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시중 유동자금이 금융으로 흘러가길 기대해 이번 세제 개편안을 준비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안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거래세의 경우 정부가 세제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세수 증가 분만큼 인하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하는 건 다른 차원의 논의가 된다”며 정부의 거래세 폐지 수용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한편 부동산처럼 금융상품도 장기보유 시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박이 나왔다.
강 부연구위원은 “장기보유 감면은 동결효과(세부담 경감 등 이유로 자산 처분을 미루는 현상)를 강화하고 투자를 왜곡하기 때문에 장기보유 감면이 없는 현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장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한 방향에서 개인 투자자가 단기투자 성향을 보인다는 우려도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문건 과장은 “장기 보유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식시장의 효율적 자금 흐름을 막는 것은 아닌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라는 장기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장치가 있다는 점도 이번 안에서 장기보유 감면이 빠진 이유 중 하나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