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계기업이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입력 2020-07-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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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림 자본시장 1부.

한계기업 수가 역대 최대다. 지난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외부감사법인)이 3곳 중 1곳에 달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조건도 추가됐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 2곳 중 1곳으로 늘어난다는 전망도 내놨다.

일각에선 현재 필요한 건 재정지원이 아닌 ‘기업 구조정리’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대규모 재정 지원 효과는 일시적일 뿐,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어서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 위주로 체질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건강한 방향은 ‘없애기’가 아니라 ‘살리기’다. 한계기업 가운데 영업실적이 악화하지 않더라도 신사업 진출 등 부채가 늘면서 이자 비용이 급증한 곳 역시 다수다. 이처럼 이자보상배율 등 단순 재무지표 기준으로 한계기업을 정리한다면 제대로 된 ‘옥석 기업’을 가릴 수 없다.

한계기업 딱지가 붙은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 여건은 더 어려워진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이자율 책정 역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상환 문제 등 금융기관의 실적에도 부담되기에 시장에서 도움의 손길을 찾기란 역시 쉽지 않다.

3년 연속 한계기업을 탈출한 상장사들에 비결을 물어봤다. 이들은 “‘채무 상환’보다 ‘사업 구조 개선’ 영향이 더 컸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장사는 지난해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3년 연속 한계기업 탈출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1%도 늘지 않았는데도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오히려 ‘빚 없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성장 동력 찾기에 꾸준히 나설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어쩌면 당장 우리 시장에 필요한 건 사업 구조조정일지도 모른다. 기업 역시 인건비 절감 수준이 아닌 시장 전략 등 뼈를 깎는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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