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센 징벌과세와 수요억제, 시장은 회의적

입력 2020-07-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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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와 단기간 내에 집을 사고파는 투기성 매매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강화하는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더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6·17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장이 안정되기는커녕 더 불안해지고 주택 실수요자들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중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달 중 처리키로 했다. 우선 종부세 기본공제(6억 원, 1세대 1주택은 9억 원)를 줄이고 과표구간을 낮추는 방안과 함께,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대폭 높이는 방안이 골자로 알려졌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올려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인 주택공급 물량 확대, 생애최초 구입자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의 방안도 마련 중이다. 곧 추가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수도권 중규모 이상의 택지개발, 청년·신혼부부 등에 대한 민영주택 특별공급물량 확대와 세부담 완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을 늘리고, 다주택자 세부담을 더 무겁게 해 집을 팔도록 압박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공급 확대’를 강조한 것은 그동안의 부동산정책과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당장 이를 위한 마땅한 대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결국 또다시 수요억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동안 21차례나 쏟아낸 부동산대책이 일관되게 ‘세금 폭탄’과 대출 규제 등을 통해 수요를 억누르는 데 집중하면서 결국 집값 폭등과 ‘풍선효과’의 부작용만 부르는 실패로 귀결됐다.

시장 또한 실효성 있는 공급확대에 벌써 회의적이다.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규제의 대폭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이 이뤄지지 않고는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여전히 그런 방안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3기 신도시의 청약물량 확대나 조기청약 같은 땜질은 방향 자체가 틀렸다.

정부와 서울시는 그동안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위해 역세권 유휴부지 개발, 저층 주거지 활성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지만, 제대로 진척되는 곳이 별로 없고 실적도 미미하다. 괜찮은 곳 수요를 감당하고 집값 안정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정부의 끝없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왜 치솟고 있는지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을 다시 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집값이 오르는 곳마다 뒤쫓아 다니면서 매매를 차단하고 돈줄을 조이며, 집가진 사람에 세금폭탄 퍼붓는 방식을 거듭한 그동안 21차례의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은 오히려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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