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추경 넘어 역대 최대규모…한해 세 차례 추경편성 48년만
국회는 이날 오후 10시 본회의를 열고 재석 187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명, 기권 7명으로 추경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4일 정부의 추경안이 제출된 지 29일 만이다. 이날 표결은 미래통합당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소수 야당의 참여 속에 이뤄졌다.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추경 심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권표를 행사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은 정부안에서 1조3067억원이 증액되고 1조5110억원은 감액, 총 2042억 순감했다. 당초 정부는 35조3000억원 규모로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23조9000억원의 세출 예산이 감액됐다. 세입경정예산(11조4000억 원)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세출 예산이 줄면서 그만큼 추경 총액 규모가 감소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금액 기준으로 역대 추경 중 감액 규모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추경(28조4000억 원)을 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추경안에는 △고용안정지원 △경제 활성화 △K-방역 사업 육성 △한국판 뉴딜 예산 등이 포함됐다 지난 3월 17일 1차 추경(11조7000억 원), 4월 30일 2차 추경(12조2000억 원)에 이은 세번째 추경 처리로, 한 해에 세 차례 추경이 편성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세부 사업별로는 대학등록금 반환 지원, 고용유지 지원, 청년 주거 지원 등 사업에서 증액이 이뤄졌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오는 9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이 5000억 원 늘었다. 민주당이 심사 과정에서 요청한 청년 지원 예산도 4000억 원 반영됐다. 대학 등록금 반환을 위한 간접 지원 예산에 1000억원이 편성됐다.
반면 추경 심사 지연으로 집행 기간이 줄어든 사업과 본예산 집행실적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서는 감액이 이뤄졌다. 일례로 희망일자리 사업과 고효율 가전 할인, 온누리 상품권 발행 사업이 각각 3015억원, 1500억원, 1380억원 감액됐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의 증액 규모(4367억 원)가 가장 컸고,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 분야는 감액 규모(3535억 원) 가장 컸다.
이날 추경안 표결에 앞서 이종배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추경안을 단독 심사•처리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간 통합당은 촉박한 심사 기한으로 인해 추경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모든 상임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추경 심사를 진행해 왔다. 이에 추경은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이 여당 단독으로 이뤄졌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35조3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추경은 국민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채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야당의 건전한 비판과 대안에 귀를 막고 국민을 실망과 절망 속으로 밀어 넣은 ‘졸속 추경’에 대한 모든 책임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경을 심의•처리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간 진행된 추경 심의 과정에 대해 “말이 심사였지 사실상 잠시 거쳐가는 수준이었다”라며 “예산심의를 민주당 당정회의로 전락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추경은 타이밍’이라는 말과 재난 상황에서 속도가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이렇게까지 심사를 촉박하게 만든 데는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며 “(이번 심의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