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 영향력 커지며 기존 제약-AI기업 공동개발에서 AI기업 독자 개발 사례 증가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신약 개발을 위해 AI 기업과 제약바이오 기업 간 공동 개발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들어서는 IT나 AI 전문 기업들이 직접 신약개발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시 새로운 물질 발견, 약물 재창출, 생산성 향상 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관련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는 100여 개, 국내에는 수십여 개로 급증하고 있다.
아톰와이즈, 힐엑스, 베노볼런트 AI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자체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신약개발 기업을 표방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CRO(임상시험수탁기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약사가 아니더라도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AI 신약개발 트렌드는 기술력을 잘 이용하는 기업만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AI 전문기업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들면서 자체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다.
가장 앞선 곳은 세계 최초 AI 상장기업 신테카바이오다. 이 회사는 현재 레고켐바이오,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등과 협업을 진행하는 한편 독자적 파이프라인도 구축하고 있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협업 초기에는 제약사와 AI기업 실무진 간에 얼마나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느냐가 핵심이다. 자사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양측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MSL(Medical Science Liaison)팀을 만들어 합리적인 신약개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장 이후 자체적으로 개발한 약물들을 외부 CRO에 용역을 주면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형태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최근 AACR(미국 암학회)에서 면역항암제 ‘STB-C017’의 전임상 효능을 공개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의 경우 보수적인 제약산업 분위기와 속도가 빠른 IT기업간 이해 격차, 국내 기업의 성공 사례 부재 및 전문인력과 시설 미비로 AI 신약개발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AI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보완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김재영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국내에 제약과 AI를 연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 보니 협약 이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성공사례가 없으니 진행 상황이 더딜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에선 성공사례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요즘 대세인 소규모 데이터로 AI를 이용해 짧은 기간(3~6개월)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고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레피드 AI’ 형태로 AI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는 제약사와 인공지능 기업이 팀을 이뤄 4~5개 레피드AI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방침이다.
한편 일본제약공업협회와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AI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면 평균 10년 걸리던 개발 기간이 3~4년으로 최대 70% 감축된다. 전통 모델에서 새로운 물질의 임상 2단계 진입 확률은 20% 미만에 불과하지만 최근 AI를 활용한 신규 물질 발견(NME)이나 약물재창출은 최소 1.5배 시간이 단축되면서 평균 1조 2200억원이 들던 개발 비용도 절반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에 신약 후보물질 발굴(Discovery)을 위한 AI 솔루션의 시장 규모는 올해 4억 4400만 달러(약 53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AI 신약개발이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