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1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벌써 과잉규제에 따른 주택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쏟아져 나오고 정책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투기차단을 내세워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동원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자체를 어렵게 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시장 또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전세 대출과 재건축을 틀어막는 규제가 특히 그렇다. 정부는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 반드시 전입해야 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시세 3억 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을 바로 갚도록 했다. 문제가 되는 ‘갭투자’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체가 투기과열지구인 서울만 해도 3억 원 이하 아파트는 거의 찾기 어렵다.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2년 이상 살아야 새 아파트 분양권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조치도 현실 모르는 탁상대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소유자는 모두 투기꾼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지은 지 30년 이상된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집이 좁고 주거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집주인 다수가 무주택 실수요자인데도 직접 살지 않고 전·월세를 놓는 경우가 많다. 이들까지 투기꾼으로 모는 것은 무리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말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면제와 양도세 감면 등 혜택을 앞세운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에 따라 임대 의무기간 8년의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직접 들어가 살 경우 임대 의무기간을 어겨 거액의 과태료를 물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새 아파트 분양자격을 잃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이 문제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서 보완 방안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수도권 대부분으로 확대됐지만 규제 대상에서 빠진 김포나 파주 등에서는 벌써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또다시 규제를 피한 지역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반면 서울 강남의 청담·대치·삼성·잠실동 집주인들은 임대계약을 맺은 경우 다른 사람과 매매거래가 금지돼 정당한 재산권 행사까지 가로막히게 됨으로써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식의 허점투성이인 대책으로 어떻게 정부 부동산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기꾼을 발붙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는 온당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의 남발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집없는 실수요자들이 내집을 장만할 기회까지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주거안정을 실현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부작용과 주택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낳고 있는지 빨리 파악해 서둘러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