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K-바이오클러스터, 연구중심병원 통해 'K-바이오 요람'으로 육성해야

입력 2020-06-15 05:00수정 2020-06-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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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중심병원' 부족해 바이오산업 성장에 장벽…의사-기업간 유기적 협력 시스템 구축 절실

전 세계 바이오 산업이 바이오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바이오클러스터를 세계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수준의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중증환자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클러스터 내 병원 역량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운영중인 25개 바이오 클러스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인력과 진료 경험을 축적한 대형병원들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클러스터란 대학, 기업, 병원, 연구소 등이 지역 기반으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합체를 말한다. 클러스터 내 산학병연 네트워크는 우수 인력과 연구-개발-상용화 단계간의 연계로 자본을 끌어들이고 성공한 기업들을 탄생시키며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제약·의료 바이오 단지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다. 이 곳은 스타트업부터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까지 1000여개 기업, 하버드와 MIT 등 우수 대학, 메사추세츠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이 밀집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아이디어를 교류하면서 신생 파이프라인 및 혁신제품 창출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내 기초연구부터 신약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 인프라가 촘촘하게 형성된 메사추세츠 병원은 연구 수익비중이 22~25%를 차지하고 있으며 5만개 일자리 창출과 18억 달러(2조원) 규모의 벤처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모델은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충북 오송, 대구 경북 등), 지자체(서울 홍릉, 경기 광교, 인천 송도 등) 주도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민간 주도의 클러스터(대전 대덕, 강원 원주)가 형성되면서 현재 전국 15개 시도에서 25개 클러스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클러스터들 대부분이 시설 및 장비 구축을 지원하는 물리적 기반 조성에만 집중돼 기초 연구부터 상업화까지 단계별 지원 시스템은 부족한 상태다.

특히 바이오산업에서 임상시험ㆍ중개연구의 핵심인 '연구중심병원' 역할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보니 기업의 아이디어와 진료현장을 연계하지 못해 바이오클러스터 성장에 장벽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올 1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성공요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바이오클러스터 주변은 ‘연구중심병원’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10곳 중 9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바이오 생태계 구축이 어렵다”면서 “국내 바이오클러스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수도권에 집중된 연구중심병원을 지방에도 육성하고, 병원 내 산ㆍ병 협력단 설치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병원과 기업 연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산재한 지역 클러스터간 연계·협력 체계 강화를 위해 2018년 헬스케어 오픈이노베이션 협의체를 마련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의사와 창업기업이 협업해 시제품을 만들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개방형실험실 구축 사업’, 병원과 협력해 사업 전주기를 지원하는 ‘지역클러스터 병원 연계 창업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43개 수혜기업을 지원해 353명의 고용 창출, 509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철호 아주대병원 첨단의학연구원장은 "혁신 의료기기나 신약의 최종 사용자는 의사다. 연구자들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경우 목표질환 설정, 임상시험 설계 등이 잘못돼 현장 니즈와 동떨어진 개발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클러스터 내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의료진들과 기획부터 상용화까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및 단계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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