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사 구조조정 방안 실효성 논란
21일 정부가 발표한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칼을 빼든 '건설부문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채권금융회사 중심으로 건설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A~D등급으로 분류, 구조조정과 지원방안을 선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재무상태가 양호한 건설사들인 A, B 등급에 속하는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빠른 지원에 나선다. 이들 우량 업체들은 채권 금융기관 모임인 대주단 협약에 따라 대주단 평가를 거쳐 만기연장 혹은 신규자금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AㆍB등급의 중소 건설사에 대해서는 채권은행이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Fast Track 프로그램을 적용, 지원하는 등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는 만기연장, 이자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의 지원조치를 1개월 이내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재무상태가 불안한 것으로 분류되는 업체중 회생 가능한 등급인 C등급에 속하는 건설사들은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촉진법, 통합도산법상 회생절차 등을 적용해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D등급에 속하는 업체들은 경영정상화가 곤란한 것으로 판단, 회사정리 절차 착수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에 따라 C등급과 D등급에 속하게 될 건설사들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부터 정부의 대책이 없었다면 업체 개별적으로 대주단을 접촉, 유동성을 확보해 회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나온 만큼 회생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등급에 속하는 건설사들은 회생 노력도 해보지 못하고 도산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빠르면 11월중 만들어질 건설사 신용평가 등급은 말 그대로 '건설사 살생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건설사들에겐 '생'은 있지만 '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확한 언급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신용평가 등급에서 '회생불능'으로 판정 받은 건설사들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 모두 이미 오래 전부터 자금대출 기업들을 재무구조나 향후 전망 등을 토대로 상세한 리스트를 마련, 이에 따라 대출 금리를 조절하는 등 관리를 해오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상태에서 회생불가능한 퇴출 대상 건설사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권이 자칫 퇴출 대상으로 지적했다가 실제로 퇴출이 될 경우 대출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회생 불가능 업체를 판정하지 않은 것이란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한 제2금융권 PF대출 관계자는 "PF대출을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음 만기연장이 곤란해진 건설사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정부가 건설사 '살생부'를 만들어 파산 대상 업체로 판정한다면 이 업체에 대출을 해준 금융권이 동반 부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 신용위험평가 등급을 분류할 때 자체적인 분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즉 '주거래은행'의 신용평가 등급을 준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D등급에 해당하는 건설사들은 과연 몇 곳이나 될까 하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부실 건설사나 이에 대출해준 금융권이나 이 업체가 도산하는 당일까지 도산 여부를 숨기는 게 통상적인 금융권 관례"라며 "건설사가 도산할 경우 동반 부실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권이 파산대상 건설사를 먼저 판정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건설업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은 구조조정 없이 지원만 있을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건설사 구조조정은 말은 그럴 듯 할뿐 실제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공약인 셈"이라며 "방만 경영을 이유로 공기업들을 '선진화'시키는 정부가 방만ㆍ무능 경영으로 위기를 좌초한 건설사들을 돕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