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석인하학원 교비 회계, 카페 수의계약 시정 처분 정당”

입력 2020-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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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양호 회장 직위 취소 처분은 각하

▲인하대학교 전경.

한진그룹 계열사에 인하대학교 일감을 몰아준 사실 등이 드러나 교육부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이 불복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정석인하학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실태 조사에 따른 시정요구 등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교육부는 2018년 당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현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육부는 애초 현장조사를 이틀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기간을 연장해 내부거래 의혹 등 대학 운영 전반을 들여다봤다.

교육부 조사 결과 인하대와 일우재단의 추천 장학생 장학금 교비회계 집행 문제, 인하대병원과 정석기업의 카페 시설공사 수의계약 문제 등을 적발했다. 이에 인하대가 지급한 장학금을 일우재단으로부터 회수해 교비 회계로 세입하고, 인하대병원은 정석기업과의 카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해당 카페는 인하대병원이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게 주변 매장의 평균 임대료보다 저렴하게 임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교육부는 시정 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직위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한진그룹 공익법인 중 하나인 정석인하학원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2.14%를 보유한 만큼 한진가 경영권 승계의 ‘핵심 키’로 꼽혀왔다. 때문에 이번 소송은 조 전 회장 직위 처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재판 중 조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이사장 직위 취소에 대한 청구는 각하 판결이 내려졌다. 각하는 소송이나 신청 등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 자체를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우재단 이사장은 조 전 회장에 이어 부인 이명희 씨가 취임해 재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며 “일우재단의 자체 장학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하대에 장학금 부담을 지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하대병원과 정석기업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정석인하학원이 도급계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로 이는 관할청인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며 “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도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석인하학원은 지난달 8일 교육부를 상대로 “조원태 회장의 학사학위 취소 처분에 대한 확정 통지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교육부는 2018년 7월 인하대에 조 회장의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교육부는 조 회장이 인하대 편입 전 한국의 전문대학교에 해당하는 미국의 2년제 대학을 다녔고, 이수 학점과 성적 등이 지원 자격에 못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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