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손실 눈덩이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채권단 “서면을 통한 논의 진정성 의문”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산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낼 것을 요청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0일 “현산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채권단은 “현산측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제시조건은 이해관계자 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의 한계가 있다”라면서도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대신 채권단은 “현산측이 그동안 인수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일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급증하는 등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재검토하자고 요구하는 공문을 산은에 보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기존과 변함이 없다”라며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지난달 29일 현산에 보낸 ‘6월 말까지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현산의 이날 공문은 산은의 요구에 대한 답변이었다.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고 이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했다. 다만 해외 기업결합 심사 등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는데, 현산은 이러한 이유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줄곧 미뤄왔다.
계약 체결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계약 불발’에 대한 얘기도 점쳐졌다. 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 2조8000억 원이 추가로 인식되고, 1조7000억 원의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5000억 원 증가했다.
또 1분기 부채비율이 작년 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1조772억 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봤다. 아울러 당기순손실도 모두 8000억 원 이상 확대돼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산은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해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산은 이런 상황에 대해 두 달간 약 11회 아시아나항공 등에 공문을 발송했으나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채권단은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도 당부했다”라며 “산은은 현산측이 제시한 조건에 대하여는 이해관계자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