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차 대유행보다 무서운 건 방역 담당자들의 사기 저하"

입력 2020-05-31 13:48수정 2020-05-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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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제외하면 격무에도 비난만…"질본도 정부, 타 부처 협업 없다면 제대로 작동 어려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국가봉쇄로 발이 묶였던 아프리카 교민들이 21일 남수단에 주둔하는 한빛부대 부대원 파병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다. 이러다 2차 대유행이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자의 말이다. 코로나19 재유행보다 큰 걱정거리는 재유행이 발생했을 때 방역대응이 제대로 이뤄질까다. 계속되는 격무에도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그나마도 관심과 응원은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에게 쏠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설치된 질병관리본부(질본) 직원들이 누구보다 고생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일선에서 검역과 진단검사, 역학조사, 환자 관리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다만 방대본은 질본의 일부다. 정은경 본부장이 질본과 방대본 본부장을 겸하지만, 질본의 모든 직원이 방대본에 투입되진 않는다. 질본은 조직 특성상 전문직 비율이 높다. 각 전문직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다. 다른 업무와 벽을 쌓는다. 이로 인해 질본은 특정 업무에 조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부족한 인력은 중수본과 타 부처에서 지원된다. 공항 입국장 특별입국절차가 시행됐을 때 현장에는 복지부 직원 70~80명과 군인들이 투입됐다.

전반적인 행정적 지원은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총괄한다. 각 부처는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중수본(복지부)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각 지역에 직원을 파견해 지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고, 치료병상 확보 등 의료자원을 관리한다. 교육부는 학교 방역을 책임지고, 행정안전부는 자가격리자를 관리한다. 법무부와 외교부는 입국자를 통제하고, 국토교통부는 공항과 교통시설 방역을 담당한다. 국방부는 군인과 군사물자를 활용해 교민 수송과 방역업무를 지원한다. 기획재정부는 모든 부처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총괄한다. 어느 한 곳 한가한 데가 없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과거와 다른 건 모든 부처가 자발적으로 방역에 협조한다는 점”이라며 “각 부처에서 해야 할 일만 했다면 질본이 지금처럼 작동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밤샘근무를 자처하는 공무원들은 보람조차 느끼기 어렵다. 일례로 2월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중수본은 직원과 의료진 1000여 명을 대구에 급파했다. 병상·생활치료센터 확보도 대구시의 비협조로 중수본이 대신했다. 그렇게 사태가 수습됐으나 대구시는 흔한 감사 표현조차 없었다. 대구 중대본 회의에 배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에서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렇게 말하면 복지부는 뭐가 되고, 여기에 파견 온 직원들은 뭐가 되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중대본 관계자는 “경북에서도 중앙정부 직원들이 엄청 고생했지만, 그나마 이철우 경북지사는 ‘우리가 역량이 안 되니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 사태가 수습된 뒤엔 ‘고맙다’고 했다”며 “대구에선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여론도 질본을 제외한 부처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모든 관심과 격려는 질본과 의료진에게 집중된다. ‘덕분에 챌린지’가 대표적인 예다. 나머지 부처는 ‘질본만큼만 하라’는 소릴 듣는다. 한 중수본 파견 공무원은 “아내가 서운해하더라. 우리 남편은 매일같이 밤새우면서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오는데, 인터넷엔 온통 질본 이야기뿐이라고, 그럴 거면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질본 직원들에게만 홍삼을 선물했다.

중수본의 과장급 관계자는 “후배 공무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자기 업무도 아닌 일에 발 벗고 나선 대가가 뭔지 회의를 느끼는 후배들이 많다”며 “희생해 봐야 돌아오는 건 비난뿐인데, 혹여 2차 대유행이라도 터치면 지금처럼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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