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소리 끊긴 '코노'…"밑지고 가게 내놓습니다"

입력 2020-05-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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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밑으로 안나오던 코인노래방, 3000만 원대까지…"재산권 제한, 보상 뒤따라야"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집합 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020.5.22.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동전 노래방(코인노래방) 업계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생계 고민에 손해를 감수하고 가게를 내놓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코인노래방을 경영했던 A씨는 최근 8000만 원에 가게를 내놨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이후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최근 그의 벌이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는 실내 공간이 좁은 데다 무인(無人)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인노래방을 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분류했다.

지난주부터는 그나마도 못 벌게 됐다. 서울시는 A씨 노래방을 포함한 시내 코인노래방 569곳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집합 금지(영업 금지) 명령을 내렸다. 경기도와 인천시, 대구시 등도 1주일 새 코인노래방 영업을 금지했다.

A씨가 가게를 내놓은 가격은 창업 비용에도 못 미친다. A씨는 "더 버틸 힘이 없어 손해를 감수하고 가게를 내놨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도권에서 코인노래방을 창업하는 데는 2억 원가량이 든다. 코로나19 전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코인노래방이 1억 원 밑으로 나오는 일이 드물었던 이유다. 집합 금지 명령 후 경기도 외곽에선 코인노래방 매매가격이 3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손해를 보더라도 가게를 정리하겠다는 업주가 늘고 있지만 거래 성사는 쉽지 않다. 이태민 점포라인 과장은 "코인노래방 매물은 늘고 있는데 매수자가 없어 계약이 잘 안 된다"며 "평소보다 계약 성사가 20% 줄었다"고 말했다.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방역 조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상황이 오래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집합 금지 조치가 유지될 수밖에 없어서다. 집합 금지에 따른 보상도 없다. 서울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L씨는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가만히 앉아서 큰돈의 임대료와 관리비가 나가고 있다"며 "공익을 위해 재산권을 제한했다면 반드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진숙 서울시 콘텐츠산업팀장은 "집합 금지 명령에 따른 휴업에 대한 보상금은 현재로썬 검토되고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미증유 사태이니만큼 방역 조치 적절성이나 필요성을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방역 정책에서 살피지 못한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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