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원-황해전기, ‘돌덩이도 옮길 수 있는 단일채널펌프’ 개발
"휴지만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조만간 전국 공용 화장실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중소기업 ㈜황해전기와 손잡고 돌덩이같이 무겁고 부피가 큰 고형물까지 옮길 수 있는 ‘단일채널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하수처리장에서는 양 날개 대칭구조의 회전체가 장착된 2베인펌프(2 Vane Pump)를 사용하고 있다. 구조가 단순해 제작이 쉽고 단가도 낮다는 장점 때문이다. 문제는 양 날개가 맞물리는 구조로 인해 확보할 수 있는 유로의 너비가 넓지 않아 고형물이 걸려 막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전체 펌프 고장의 98%를 차지할 정도다. 아울러 사용전력 대비 낮은 효율도 지적돼 왔다.
이에 청정에너지시스템연구부문 김진혁 박사 연구팀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던 ㈜황해전기와 의기투합해 ‘단일채널펌프’ 개발에 나섰다. 단일채널펌프는 단일 날개구조의 회전체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유로 크기를 최대로 확보할 수 있어 크고, 단단한 고형물까지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효율은 기존 펌프 대비 50%정도 높아 경제적이다.
다만 태생적 비대칭구조에서 오는 심한진동이 걸림돌이었다. 진동이 지속되면 파이프 연결 볼트가 풀리는 심각한 하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팀은 비대칭 회전체로도 중심축이 치우치지 않는 최적화 설계에 나섰고, 결국 ‘고효율 저유체유발진동 단일채널펌프 설계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18년 생기원 ‘기업주문형생산기술실용화사업’에 착수한지 2년 만에 얻은 성과다. 회전하는 힘이 축 방향으로 가해지도록 최적의 수치를 조정한 것이 이번 기술의 핵심이다. 회전하는 비대칭 회전체와 정지되어 있는 벌류트(물을 모아서 내보내는 달팽이관처럼 생긴 구조물)의 상호작용에 의한 유체 유발진동을 최소화했다.
개발한 단일채널펌프는 현재 제주도를 테스트 베드 삼아 상용화단계에 진입했다. 2019년 12월부터 제주도 상하수도에 실제로 펌프를 설치해 연구소가 아닌 현장에서의 성능 인증에 나섰다. 이미 해당 기술관련 국내 12건의 특허등록을 마쳤고, 미국 특허 2건은 등록을 위한 심사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유체기계학회로부터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개발품은 외산제품과 비교 동등한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단가는 2~3배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황해전기의 인프라와 제작기술 덕분에 주문과 설치까지 약 40여일이 소요되는 외산제품과 달리 일주일이면 납품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수중에서 작동하는 펌프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한 사전 고장 예측 진단 기능까지 갖췄다.
김진혁 박사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연구였지만 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설계기법을 개발했고, 황해전기의 제작기술 덕분에 제품 양산까지 가능했다”며 “앞으로는 황해전기와 같이 효율이 높으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양 날개 대칭구조의 2베인펌프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