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왈가왈부] 연준 마이너스금리와 한은 직매입 기대감의 공통점

입력 2020-05-18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각국 정부ㆍ중앙은행 공격적 통화정책 펼쳐…한은, 금리인하 초읽기

주식ㆍ채권시장 회복 국면으로 금융ㆍ실물경제 '괴리율'만 커져

'포스트 코로나' 정책 더 험난해져…중앙은행 신중행보 할 때

지난주 금융시장 핫이슈는 미국 연준(Fed)의 마이너스금리 도입 가능성이었다. 이보다 관심은 덜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국고채 직매입 기대감이 확산했다. 미 재무부가 20년물 국고채 발행을 정례화하는 등 국채 발행을 확대할 예정인 데다, 우리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나서줄 것이란 기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급한 불은 끄고 볼 일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대응이다.

다만,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는 반면, 실물경제는 언제 끝날지 모를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은 “한번 더”를 외치는 형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0년 넘게 진행돼온 완화정책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예상밖 변수로 추가 완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좀 이르긴 하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이후의 로드맵도 생각해볼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밝혔듯(▷[김남현의 채권 왈가왈부] “떡(금리인하)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시즌2, 2019년 10월 15일 자 기사, ▷ 마약(통화완화) 달라는 금융시장, 2020년 3월 12일 자 기사) 부작용이 클 수 있어서다.

실제, 연준이 양적완화(QE)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만으로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축발작을 일으켰던 과거 사례는 포스트 코로나19 정책이 더 험난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와 QE가 저금리·저성장 고착화와 함께, 금융시장만 호황으로 이어지면서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코로나19의 향후 전개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금융시장만큼은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앙은행만큼은 다소 신중한 행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커진 괴리 = 코로나19 팬데믹 후 약세를 보였던 주식과 채권은 빠르게 회복하며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팬데믹 이전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을 회복했고, 채권시장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를 밑돌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3월 11일(1.369%) 이후 2개월 만에 최저를 경신했다.

반면, 실물경제는 최악을 가리키고 있다. 우선, 수출부진에 무역수지는 4월 기준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3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4월 취업자수 감소폭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 이후 가장 컸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기대비 마이너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1분기 -1.4%를 기록했었다. 통상 2분기연속 역성장은 경기침체로 정의된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나오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이례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경기침체로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괴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책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는 각종 안정화대책을 쏟아냈고, 재원마련을 위해 1·2차 추경에 이어 3차 추경을 검토 중이다. 한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임시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큰 폭(0.50%포인트)으로 인하한 데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600억 달러 규모), 국고채 단순매입(3조 원), 비은행권 대상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17일 기준 12조5900억 원),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금융중개지원대출 증액(10조 원) 등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한 조치들을 취했다.

◇ 파월 “뭐든지 다”, 이주열 “적극적 노력” 언급이 족쇄로 = 코로나19 팬데믹에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여러 차례 “뭐든지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주열 한은 총재도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려움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이 금융시장 기대를 키우며 족쇄로 돌아오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경제충격에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파월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선을 그었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잭 팬들 글로벌 환율·금리·신흥시장 전략 공동 대표는 14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출연해 코로나 2차 감염이 폭발할 경우 연준이 결국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오른 오건영 신한AI 자본시장분석팀장도 최근 유명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그간 시장의 요구에 밀려온 파월의 행태에 비춰 “올 연말 이후 연준이 마이너스금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3차 추경까지 검토되면서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1·2차 추경 규모는 각각 11조7000억 원과 12조2000억 원에 달했고, 이로 인해 늘어난 국채 발행물량은 벌써 13조7000억 원(1차 10조3000억 원, 2차 3조4000억 원)에 이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3차 추경 규모는 1·2차 추경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당초 국고채발행 규모도 130조2000억 원으로 역대급이며, 적자국채 발행규모 역시 60조2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두 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증액된 국채물량은 채권시장에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추경 국고채 물량도 연간 발행계획 비중에 맞춰 균등하게 발행하겠다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연간 국고채 발행계획을 보면 10년물 이상 장기물 발행비중은 최대 65%에서 최소 55%에 이른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은이 추경으로 나오는 국고채를 정례적으로 직매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부 추경에 따른 적자국채 추가 발행에도 불구하고 장기물 국채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직접적 이유다.

한은의 국고채 직매입은 앞서 밝힌 국고채 단순매입과도 차원이 다른 것이다. 시장은 물론 한은조차도 단순매입과 직매입 용어를 혼용하고 있지만, 단순매입은 유통시장에서 직매입은 발행시장에서 채권을 사는 행위로 구분된다. 또, 단순매입은 시장안정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표물이 아닌 비지표 경과물을 주로 사주는 행위라는 점에서 시장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직매입은 기재부가 발행하는 지표채권 입찰에 한은이 직접 참여해 사간다는 점에서 시장 영향이 상당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