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지는 기술특례 IPO

입력 2020-05-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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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상장 시점을 놓고 기술특례 트랙을 통해 증시 입성을 노리는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기술성평가 통과 이후 6개월 이내 예심 청구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예심 청구에 나서긴 했지만, 상장기업이 같은 시기에 대거 쏠릴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박셀바이오, 젠큐릭스, 퀀타매트릭스, 큐라티스, 피에이치파마, 피플바이오, 힐세리온, 미코바이오메드, 안지오랩, 소마젠, 솔트룩스, 와이더플래닛 등의 기업이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기술성 평가는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반 작업으로, 해당 트랙을 이용해 상장하려면 거래소에서 지정한 전문 평가 기관 두 곳으로부터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은 한국기업데이터, 이크레더블, 나이스평가정보, 기술보증기금, 나이스디앤비, SCI평가정보 등 총 6곳이다.

기술평가를 받은 기업이 기술특례 트랙으로 상장하려면 6개월 안에 해당 내용을 포함해 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하고, 예심 통과 후 6개월 안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를 마쳐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기업들은 이러한 절차를 고려해 대부분 상반기가 지나기 전에 예심 청구 및 통과를 염두에 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월부터 코로나19로 공모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며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말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경우 올해 4~5월 사이에 예심을 신청하지 않으면 기술평가를 또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은 일반 상장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적자 기업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수천 만 원씩 드는 평가 비용이 기업으로선 부담될 수밖에 없다. 과거 기술특례 트랙으로 증시에 상장한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업종과 개별 기업이 가진 기술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술성 평가 비용은 기본 천 만 원 단위가 넘어간다”라며 “기술평가를 다시 받는다면 여기에 감사비용까지 한 번 더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증시가 반등을 시작한 3월 말부터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기업들의 예심 청구가 쏟아졌다. 박셀바이오, 젠큐릭스, 퀀타매트릭스, 피에이치파마, 피플바이오, 미코바이오메드, 안지오랩 등은 예심을 청구했고, 솔트룩스 등은 예심을 통과한 뒤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기술특례 트랙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한 비상장사 임원은 “상장 트랙은 주관사와 여러 변수를 다 따져보고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기술성 평가를 받은 기업 입장에선 예심 청구는 열이면 열 무조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들 사이에선 시기 선택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이 최악의 시점을 지나긴 했지만 IPO 기업이 대거 몰려 기관투자자 투심 몰이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월부터 현재까지 신규 상장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전년(10곳)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당초 IPO 시장이 하반기에 붐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엔 상장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선 다수의 수요예측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되도록 피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올해는 특수한 상황이었던 만큼 일정 부분 쏠림 현상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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