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일어난 '벤츠 S클래스 급발진 의심 사고'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고현장 조사가 14일 이뤄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와 남대문경찰서,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났던 현장에서 14일 오후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사고를 담당하는 남대문경찰서의 김재훈 경위는 "사고 책임 여부가 논란이 돼 사고가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 당시 운전자와 주변 목격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경위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서로 달라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서 "차가 초반에 서서히 움직인 것은 CCTV에 기록돼 있기 때문에, 이후에 급발진이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운전자의 조작 실수인지가 논란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경위는 "사고 현장 조사로는 이러한 부분이 밝혀지기 힘들기 때문에 아마도 소송으로 갈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은 국과수에 조사를 의뢰했으나, 국과수는 사건 재현이 힘들다며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급발진 사고를 조사하려면 측정값이 있어야 하는데, 재현을 해도 똑같은 상황이 아니라서 결과가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재조사가 힘들다"고 밝혔다.
남대문서 김재훈 경위는 "사고 운전자를 조사한 결과 음주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도로교통법을 보면 '운전자는 차에서 내릴 때 시동을 끄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일단 운전자는 이 부분을 위반했으나, 이후에 급발진이 일어났는지는 추가로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사고 차량의 소유자가 현재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이 문제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는 급발진이 아니라 운전자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벤츠코리아는 사고 당시 운전자가 가속페달의 70% 가량 밟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자체 조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행인 여러 명이 다쳐 피해보상이 필요한 만큼,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는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 사고는 책임 규명이 쉽지 않아, 법적으로 자동차 메이커에 책임이 돌아간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처럼 논란이 지속될 경우 자동차 메이커는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의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