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동력 잃은 ‘라임 배드뱅크’…실효성 논란에 불참 속출

입력 2020-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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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변제 능력 거의 없어...개인 투자자 회수율 희박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판매사들이 ‘배드뱅크’ 설립·운영과 관련해 3차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설립 단계에서부터 일부 판매사가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주에 열린 2차 회의 당시 몇몇 판매사가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힘이 빠진데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개인 투자자 회수율이 희박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배드뱅크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임에 대한 부실 감독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책임 회피 차원에서 배드뱅크를 적극 추진했지만 유명무실한 카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20일, 22일, 23일 총 3차례에 걸쳐 배드뱅크 설립·운영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했으나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되는 기관을 말한다. 만약 이번에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판매사들이 환매 중단 펀드를 넘겨받는 등 직접 자산을 회수하게 된다.

애초 판매사들은 지난주 회의에서 배드뱅크 참여사, 출자금 규모, 이관 펀드 범위 등을 두고 논의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판매액이 적은 몇몇 판매사들이 불참 의사를 밝히고,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배상할 현실적인 방법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설립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

23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봉형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이 도주 5개월 만에 검거됐지만, 이들의 행위가 사기로 인정되더라도 투자자 배상액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은 환매 중단 금액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현재 라임은 변제능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앞선 조사로 라임의 부실한 자본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금감원이 뒤늦게 내놓은 배드뱅크 대안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드뱅크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라임사태에 대한 부실한 관리·감독 책임 논란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판매사들에게 판만 깔아줬고, 실질적인 설립은 판매사가 진행하는 것이다. 금감원이 아예 간섭을 안 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출자금을 내는 판매사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금감원이 배드뱅크 설립을 주도한다는 것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는 모펀드 4개, 자펀드 173개 등 총 1조6679억 원 규모다. 현재 모펀드 중 플루토 FI D-1호(플루토), 테티스 2호(테티스) 펀드에서 1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최근 라임은 판매사들에 안내문을 보내 2025년까지 플루토와 테티스 펀드 자산 현금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에게 언제까지 자금을 돌려주겠다는 일정은 명시하지 않았다.

나머지 모펀드인 플루토 TF1(무역금융펀드)호와 크레디트인슈어드는 자산이 외국에 있어 회수 가능한 투자금을 계산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 자산 현금화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라임 관계자는 “(두 펀드의 회수율 관련) 상세 내용은 정확히 모른다. 중요한 사항이 발생하면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안내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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