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노른자위' 고급주택 대신 공원으로 탈바꿈

입력 2020-04-29 06:30수정 2020-04-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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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근린공원' 실시계획 공람… 부영주택 보상문제 '최대 난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금싸라기 땅'이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최근 한남동 670번지 일대 2만8319㎡에 '한남근린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실시계획을 공개했다. 실시계획은 공사 일정과 공법, 자금 조달 방법 등을 담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6월 실시계획을 확정하고 2025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1940년 한국 최초로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태평양전쟁과 광복, 한국전쟁 등 정치ㆍ경제적 혼란으로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전쟁 후엔 2015년까지 주한 미군 숙소로 쓰였다. 80년 가까이 방치된 탓에 한남근린공원은 올 7월까지 사업 진척이 없으면 공원일몰제에 따라 공원 부지에서 해제될 처지였다.

부동산업계에선 한남근린공원 개발 방향을 두고 관심이 뜨거웠다. 한강과 남산 사이, 종로 도심과 강남을 잇는 길목 가운데 있다는 입지 때문이다. 한남근린공원 부지와 담을 맞대고 있는 '나인원 한남', 대로 맞은 편 '한남 더힐'은 이미 국내 최고급 주택가로 탈바꿈했다.

이 때문에 개발업계에선 한남근린공원 부지 역시 고급 주택가로 개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서울시도 한남근린공원을 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공원 쪽으로 방향을 튼 데는 한남근린공원의 상징적 의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2018년 발표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失效) 대응 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해방 후 시민에게 한 번도 개방되지 못한 공간을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공원이 개발되면 나인원 한남 등이 '숲세권'으로 크게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이 한남근린공원 조성의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원 부지의 90% 이상(약 2만6000㎡)이 부영주택이 소유한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부영은 2014년 주택 건설을 위해 국방부에서 1100억 원가량에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은 2015년에도 공원 설립 계획이 재산권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보상 협의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부영 소유 한남근린공원 부지의 시가가 36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서울시와 보상금을 분담해야 하는 용산구에서도 재원 마련 방안을 걱정하고 있다.

부동산개발 정보업체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부영으로선 상당히 남는 장사"라며 "서울시도 재원을 마련하는 데 적어도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시계획이 확정되면 절차에 따라 감정평가액을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남근린공원 부지 전경. 박종화 기자. p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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