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 13가구 이주… '강남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 ‘하세월’

입력 2020-04-28 15:16수정 2020-04-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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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강남 최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하세월이다. 개발에 앞서 먼저 마무리돼야 하는 거주민 이주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앞으로의 개발 기간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거주민은 올들어 3개월 동안 단 13가구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년 간 구룡마을 바깥으로 터를 옮긴 가구수가 27가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이지만 구룡마을엔 여전히 675가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강남구는 거주민들을 상대로 위례지구 국민임대주택으로의 임시 이주를 계속 독려 중이다. 기초수급자의 경우 정부의 주거지원으로 사실상 무상 거주가 가능한 만큼 이주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속도는 좀처럼 나지 않는 모양새다.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강남권 최대 규모 판자촌이다. 1970~1980년대 개포동 일대 개발로 인해 집을 잃은 철거민들이 집단 촌락을 이룬 곳으로 규모는 총 26만6502㎡에 달한다.

30년 넘게 방치되던 이 곳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 2012년이다. 서울시는 여기에 분양주택 1731가구, 임대주택 1107가구 등 총 2838가구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1조3957억 원 규모로 시행은 SH공사가 맡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12월 강남구가 제출한 실시계획 인가 신청서는 1년 반이 다 돼가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이 사업 첫 문턱인 실시계획인가 단계 조차 넘지 못하는 것은 시와 거주민들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서다. 거주민들은 분양주택 특별공급이나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거주민에게 재계약이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으면 이 일대 개발사업은 표류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는 거주민들의 민원을 최소화한 후에야 실시계획 인가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실시계획 인가가 결정돼야 가능한 이주와 보상 절차는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시는 오는 8월 안에 보상공고를 내고 연내 감정평가를 시행한 뒤 내년 착공에 들어간다는 큰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이지만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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