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따내라”… 대형건설사들 강남 재건축 ‘수주 혈전’

입력 2020-04-27 16:10수정 2020-04-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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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1단지 3주구 '삼성vs대우' 한판...신반포21차는 'GSvs포스코' 승부수

서울 강남권 노른자 땅 재건축 사업장을 두고 대형건설사 간 소리 없는 수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권에 재건축 단지에 자사 브랜드 깃발을 하나라도 더 꽂기 위해 대형사들은 이미 양보 없는 혈전에 들어갔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은 내달 16일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2091가구의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을 짓는 이 사업은 공사비만 8087억 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재건축 리츠 사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건축 리츠 사업은 건축 사업의 일반분양분 주택을 리츠를 활용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운영기간 종료 후 일반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분양가 규제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운영 기간 중 발생하는 수익, 운영 기간 종료 후 매각에 따른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이 방안은 서울시의 인가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통해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주택임대관리업자에게 임대할 목적으로 위탁하는 경우 관련 내용이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서에 반영돼야 한다"며 "주택 공급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 행위로 보이는 만큼 정비계획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리츠사업을 두고 대우건설과 서울시 간 첨예한 의견 대립이 벌어지는 사이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를 따내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5년 만의 정비사업 수주시장 복귀인데도 그간 강남권에서 '아크로'의 입지를 꾸준히 키워온 대림산업을 압도적으로 누르며 시공권을 따냈다. 대림산업은 시공사가 공사 공정률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받는 '기성불 방식'이라는 파격 조건을 제안하고도 시공권을 쥐는데에 실패했다.

삼성물산의 복귀가 수주시장에서 태풍의 눈이 된 이유다. 대우건설은 주택 명가의 자존심을 걸고 반포1단지 3주구 설계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다이아몬드 같은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단지명은 '써밋'이 아닌 '트릴리언트 반포'로 내세웠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 계열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수주전에 나선 상태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놓고 조합원들 간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다"며 "지난해 시공계약을 해지한 이력이 있는 만큼 예민한 문제여서 말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작은 노른자'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지에선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의 2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신반포21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단 한곳도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조합이 당시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560만 원, 총 850억 원으로 건설사들 입장에선 사업성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670만 원, 총 1020억 원 규모로 상향했다.

이번 사업은 기존 108가구 규모의 단지를 지하 4층∼지상 20층, 2개 동, 총 275가구로 재건축하는 것이다. 업계는 이 단지의 사업성은 높지 않지만 양측 수주전은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 7호선 반포역이 5분여 거리에 위치한 강남 노른자 땅으로 건설사 입장에선 군침이 돌만한 입지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신반포 21차 조합 측에 '금융부담 없는 후분양'을 제안했다. 통상 후분양은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뒤 분양하는 방식으로 조합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공사를 진행한다. 조합 입장에선 이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자체 보유자금으로 공사를 마쳐 조합의 이자 부담은 없애고, 일반분양을 진행한 뒤 공사비를 지급받을 계획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 수주는 수주 자체만으로도 큰 상징성을 갖지만 향후 그 일대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부각된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로 수주 물량이 계속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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