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제 신설 '컨트롤타워' 역할...금융부 신설· 국제금융업무 금융위로 이관
금융시장 혼란과 관련 경제수장 교체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내 요인이 아닌 외부 요인이라고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의 신뢰가 깨져 있는 상황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혹자들은 우리 주식시장의 고질병 '전강후약(前强後弱)'이라는 말이 최근에는 금융당국 수장들을 두고 전강후약(전광우, 강만수 장관의 리더쉽이 약하다)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물론 일부 국민들도 신뢰가 깨진 해당 부처에 대한 인적 쇄신과 함께 나아가 경제부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여론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제각각 다른 대안을 쏟아내며 엇박자를 내는데다 일부 설익은 대책까지 쏟아내 역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눠져 있는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금융위원회를 금융부로 승격시켜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하나로 묶는 방안과 예전 재경원 형태의 부처안, 그리고 부총리제를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심도 있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부처간 엇박자에 컨트롤타워 부재
세계 6위권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 환율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현 정부 부처 체제와 불신에서 원인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각종 대책을 쏟아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불신’을 꼽고 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발표해도 시장에서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있고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 리먼브러더스 파산이후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정부는 100억 달러를 금융기관을 통해 풀었고, 지난 2일에는 50억 달러를 수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시장에서는 한국정부의 실탄(외환보유고)이 줄어드는 측면만 부각돼 오히려 환율이 폭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처간 엇박자도 시장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9일 강만수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가 환율 정책을 놓고 상반된 발언을 했다.
강장관은“필요하면 외환시장 개입을 확실히 하겠다”고 한 반면 이총재는 “환율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부처 시스템이 필요해
지난 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부와 은행장 간담회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강만수 장관과 전광우 위원장이 각각 별도의 발표문을 내놓았다.
이는 국제금융(외환)은 기획재정부, 국내금융은 금융위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외환과 국내금융 시장은 밀접하다 못해 하나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부처가 각각의 분야를 나눠 담당하다보니 잇따라 실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감독 권한도 없는데다 시장 정보도 어둡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은행감독 기능이 없어진지 10년째다.
그러다 보니 시장 상황이나 정보에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자료를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고 있다 보니 제한된 자료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결국 현 상황이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과 한은의 기능이 제각각 반신불구 신세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금융위원회를 금융부로 승격하고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하나로 합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예전 재경원 시스템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외환위기 당시로 회귀하는 것으로 ‘공룡부처’가 돼 한발 늦는 ‘뒷북대응’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금융경제연구원 관계자는“금융정책에 있어 책임과 권한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일관된 목소리와 위기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부처 시스템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가재정과 환율 관리를 분리한 예가 없다고 하지만 과거 재경원이나 일본의 대장성의 경우가 있었다”며 “한시적이라도 통합 기능을 갖춘 부처를 만들 경우 위기 대응과 각종 규제 개혁, 제도 개선에는 큰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