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중국 주장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기본 의무 이행 실패”…WHO 전체 예산서 미국 비중 15% 달해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WHO가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WHO가 중국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전염병이 확산될 때 그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자금 지원 보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지 8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WHO는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번 자금 지원 중단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은폐하고 그릇된 대응을 하는 데 있어 WHO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재검토 작업을 하는 동안 이뤄질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 약 60일간 지원이 중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제한 움직임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WHO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이 WHO에 낸 금액은 8억9300만 달러(약 1조 원)에 이른다. WHO 전체 예산에서 미국 비중은 약 15%로 가장 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WHO가 조기에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WHO가 현장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들의 중국 내 파견을 위해 제대로 일을 했다면, 그리고 중국의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는데 있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사망자를 매우 적은 규모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전 세계적인 경제적 피해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초기 대응 부실 논란 등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국면 전환을 위해 외부로 그 화살을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를 평가절하하며 그 심각성에 대한 행정부내 경고를 무시한 부분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가 WHO와 언론 등 외부로 책임을 돌리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WHO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늑장 대응으로 비난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나 WHO가 지난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독감에 비유하는 등 그 심각성을 계속 무시해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