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클' 2014년 4Q보다 올해 1Q 영업익 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에 국내 화학사들의 ‘기초체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유가 급락의 동반이라는 ‘2014년의 악몽’이 코로나19로 인해 재현되고 있지만, 화학사들은 증설, 인수합병(M&A)을 통해 쌓은 기초체력을 통해 6년 전과는 다르게 이번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던 2014년과 유가와 수요 측면에서 유사한 환경인 것으로 평가된다.
2014년에는 국제유가가 2014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대를 웃돌다 셰일혁명으로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이 증가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거부로 하반기 50달러대로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수요 역시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부진한 상황이었다.
올해 1분기는 2014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감산 거부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이제는 20달러선을 방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접어들며 글로벌 공장이 가동을 멈추며 글로벌 화학제품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요 회복 시점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6년 전보다 현재가 더욱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모노에틸렌글리콜(MEG) 등 주요 제품의 평균 마진은 톤당 385달러다. 이는 2014년 4분기 평균 마진 527달러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올 1분기가 6년 전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주요 화학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120억 원으로 추정된다.
2014년 4분기 이 회사들이 기록한 영업이익 3710억 원보다 11% 높은 수치다. 비교적으로 낮은 마진으로 더 높은 이익을 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개별회사들의 기초체력이 상승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 유가 변동성 등의 ‘사이클’에 민감한 화학기업들은 그동안 증설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 신사업 추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화학산업 의존도를 줄여왔다.
LG화학은 ‘이차전지(배터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며 글로벌 상위 배터리 업체로 도약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2024년에는 전체 매출의 30%대로 낮추고 전지사업 비중을 50%(약 31조원)까지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올해 1월 롯데첨단소재를 흡수 합병하며 기존의 범용 화학 제품 중심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동시에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ㆍ관리체계를 구축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올해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탄생한 통합법인이다. 갈수록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 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방법을 모색하고 사업 시너지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외변수에 민감한 화학업체들은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코로나19가 변수로 등장했고 큰 위기인 것도 맞지만, 이전보다는 나아진 기초체력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