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좀비기업 큰 폭 증가, 위기 버틸 실탄 없다

입력 2020-04-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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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5곳 중 1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만성적 한계기업(좀비기업)도 2017년 이후 2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부실화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대거 도산의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2019년의 매출액 데이터가 있는 코스피 상장기업 685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상장사 가운데 작년 20.9%(143곳)가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았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빚에 기대 연명한다는 의미다. 이런 기업이 2015년 99개, 2016년 94개, 2017년 105개, 2018년 123개, 2019년 143개로 늘어났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한계기업도 2017년 28개에서 2018년 43개, 작년 57개로 증가했다.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들이다.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져들면서 매출은 늘지 않고, 영업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 이들 상장사 매출은 1152조8000억 원으로 전년(1190조3000억 원)에 비해 3.2% 줄었고, 영업이익은 55조5000억 원으로 전년(111조3000억 원)보다 무려 50.1%나 감소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도 급속히 나빠졌다. 작년 102조6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5.5% 줄었다. 적자를 기록한 기업도 133곳으로 전체의 19.4%에 달했다.

결국 빚만 늘어났다.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을 빼고, 갚아야 할 순차입금이 236조9000억 원으로 한 해 동안 38.4%나 증가했다. 코로나 충격이 덮친 올해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행이 8일 내놓은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이 2월보다 18조7000억 원 늘어, 통계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래 최대폭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한계상황으로 내몰려 도산하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투자와 고용이 줄고 성장이 후퇴하는 악순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문 닫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파격적인 금융지원 등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기업은 여전히 관심 밖이고, 자구책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자칫 대기업이 어느 한 곳이라도 잘못될 경우 경제와 고용 등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 크다. 이미 대한항공이나 두산중공업 등 비상벨이 울린 대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무작정 좀비기업까지 살리는 것은 물론 피해야 하고,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켜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 특히 국가기간산업의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보다 엄중한 상황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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