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감안해도 인수가 산정 어려워
최근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위기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치고 있다. 특히 M&A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수가격 산정에 인수후보들이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 기업마다 달러를 포함한 현금확보가 절대과제로 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지출이 이어지는 M&A가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증시폭락으로 인해 M&A 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당초 기업인수를 계획하던 시점과 비교해 시장에서 내다보는 인수 적정가격이 변경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미래를 위해 기업 인수를 성사시키려고 해도, 인수대금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 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M&A 최대매물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현재 포스코·GS그룹·현대중공업·한화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나서고 있지만, 오는 13일 오후 3시까지로 예정된 본입찰 제안서 제출시한까지 막바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수후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제상황에 비춰봤을 때 본 입찰 제안서에 적어낼 인수적정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해 10월 주당 6만5000원을 기록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8일에는 2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9일 오전 9시 8분 현재 2만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5982만5596주·31.26%)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보유지분(3656만6832주·19.11%)의 가치도 지난 해 10월 6조원대에서 이 달 들어 2조원대로 급감, 인수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인수후보 기업 관계자는 "조선산업과 대우조선의 부가가치가 높아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주가동향을 고려하면 5조원 이상은 무리가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일정가격 수준 이상이 아니면 유찰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들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올해 안에 인수를 마무리 지려는 쌍용건설의 경우도 비슷하다.
쌍용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 컨소시엄은 지난 달 29일 최종입찰대금 조정요청서를 매각 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제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우선협상자 선정대상 당시에는 주당 3만1000원으로 계산해 인수가격을 제시했지만, 최종입찰대금 조정요청서에는 우발채무 등을 감안해 주당 산정가격을 2만9000원대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건설경기의 악화가 가중되고 있고, 10월 들어 쌍용건설의 주가는 1만4000원 이하로 떨어졌고 9일 현재 1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과 캠코 관계자는 "쌍용건설 인수와 관련된 사항은 말할 수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동국제강이 당초 계획대로 인수가격을 지불하기에는 현 경제상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캠코와 다시 한 번 가격조율을 하는 등의 작업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어려울 때 투자를 하라는 말은 있지만, 최근과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기업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현 경제상황을 반영해 좀 더 낮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려는 측과 후한 값에 매각을 하려는 매각주체간의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