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파트값 뛸때 세종은 '날았다'

입력 2020-04-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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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집값 -2.12%로 바닥기던 세종… 입주 물량 급감으로 최근 폭등세

지난해 맥을 못추던 세종시의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들어 세종 아파트값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핫'했던 대전을 제압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등세는 한풀 꺾인 상태이지만 줄어드는 입주 물량에 전세(戰勢)는 이미 역전된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들어 3월까지 10.07% 상승했다. 전국 최고 상승폭이다. 월간으로 들여다보면 1월과 2월 각각 2.22%, 2.41% 오른데 이어 3월엔 5.15% 뛰었다. 올해 초 4억2000만~4억9750만 원에 거래되던 세종시 중촌동 가재마을10단지 전용면적 84m²형은 지난달 5억6000만 원까지 뛰었다.

반면 대전 아파트값 상승폭은 세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월 1.60% 상승한 데 이어 2월과 3월엔 각각 1.38%, 1.66% 오르는 데 그쳤다. 누적 상승률은 4.72%다. 지난주 대전 아파트값의 주간 상승률도 0. 20%로 세종(0.24%)보다 낮았다.

세종의 지난해 집값은 2.12% 미끄러졌다. 그 사이 대전은 무려 8.07% 폭등했다.

인접한 두 지역 집값의 희비를 가른 건 주택 공급량이었다. 세종에서 지난 3년 간(2017~2019년) 쏟아진 아파트 입주 물량은 무려 4만1000가구에 달했다. 연평균으로는 1만3631가구 수준이다. 이는 2007년에서 2016년 10년 동안 이 곳에 나온 새 아파트 연평균 수치(6676가구)의 2배를 넘는 물량이다. 추가 유입 인구는 줄어드는데 물량 공세가 계속되면서 결국 집값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세종에 집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사이 대전은 상대적으로 주택 공급시장에서 소외되며 공급난에 허덕였다. 지난 3년간 대전에서 입주한 아파트는 연평균 5667가구로 세종에서 나온 공급량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여기에 넘치는 유동성과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몰려온 외지인들이 집값 상승에 부채질을 하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일각에선 세종 거주자들이 교육·편의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한 대전으로 재유입된 것 역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들어 판세가 역전된 원인은 역시 공급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전의 올해 입주 물량은 전년(3883가구)보다 늘어난 6263가구인 반면 세종은 작년의 반토막 수준인 5600가구로 쪼그라든다. 세종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전보다 적은 건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동환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올해 세종의 입주 물량은 최근 몇 년간 연 1만~2만 가구 공급됐던 것과 달리 5000가구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며 "최근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 일부 공무원의 세종 이전 수요로 인구가 다소 늘어난 점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은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직전 3년 연평균 물량을 크게 압도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게 아닌데도 대장주 아파트값이 빠지고 있어 상승세가 한 풀 꺾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 대전에서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전용면적 102m²형은 지난달 9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이는 지난 2월 실거래가(10억4000만 원)보다 1억 원 가량 낮아진 가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집값 하락 전망이 많지만 지난해 급등세에 대한 피로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셋째 주부터 3주 연속 하락해 지난주에는 96.4까지 내려갔다. 매수우위지수가 100를 넘지 못하면 집을 사려는 매수자보다 팔려는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대전은 가격 급등 피로감에 당분간 주택시장이 쉬어갈 가능성이 큰 반면 세종은 가격 하방 요인(과잉 공급)이 제거된데다 '갭 메우기'(가격 따라잡기) 현상으로 한동안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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