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80 3.5T…가볍고 경쾌하게 내달리는 프레스티지카

입력 2020-04-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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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5 터보 엔진 얹고 최고출력 380마력, 화려함과 '여백의 미' 공존

'프레스티지(Prestige)카'는 자동차가 고급화를 추구할 때 도달하는 하나의 ‘궁금점’이다.

이런 고급차들은 그동안 정해진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부분이 번쩍이는 크롬 장식과 넉넉한 차 길이를 앞세워 3박스 세단을 고집했다. 그 시절, 기다란 보닛과 트렁크는 부와 명예를 상징했다.

제네시스 신형 G80은 이런 모든 굴레를 벗어냈다.

우아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매력을 가득 담았다. 디자인 곳곳에 스며든 간결함 역시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 자신감을 대변한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의 밑그림이었던 G80은 이렇게 3세대로 거듭나며 '존재의 당위성'이 다시 커졌다.

▲3세대로 거듭난 G80은 전통적인 고급차의 화려한 치장을 벗어냈다. 차 전체에 간결함과 과감함이 공존한다. (사진제공=제네시스)

◇우아한 디자인 통해 제네시스 방향성 제시=3세대로 거듭난 새 모델은 제네시스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

독일 포르쉐가 수십 년 동안 원형 헤드램프를 앞세워 그들의 강력한 레거시(Legacy: 유산)를 완성했다면, 이제 제네시스도 위아래 2줄로 나뉜 헤드램프(쿼드램프)로 새 역사를 시작했다.

쿼드램프가 브랜드의 상징성을 틀어쥔 셈이다. 동시에 "앞으로 경박스러운 바꿈질은 하지 않겠다"는 디자인 전략도 담겨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쿼드램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크기를 마음껏 키워낸 전면 그릴(크래스트 그릴) 덕에 멀리서도 단박에 제네시스임을 알 수 있다.

실눈을 뜨고 바라보면 커다란 그릴 옆으로 뻗어 나간 얇은 쿼드램프가 오롯하게 제네시스의 날개형상 엠블럼으로 드러난다.

처음 보는 차인데 전혀 낯선 느낌이 없다. 모두가 제네시스의 이런 디자인 전략 때문이다. 그들은 이것을 노렸고, 우리는 다분히 이 전략에 넘어가는 중이다.

차 지붕의 끝자락과 트렁크를 연결하는 C-필러 디자인은 압권이다. 디자이너의 욕심만큼 뒤쪽으로 뻗어 나갔다. 고급차 브랜드가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과감한 시도다.

이렇게 고급차들이 전통적인 굴레를 벗어날 때마다 우리의 호기심은 더 커진다. 구매 여력과 관계없이, 그가 사정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곳곳에 첨단 기능을 심었고, 나머지는 '여백의 미'로 채웠다. (사진제공=제네시스)

◇여백의 미가 절정을 이룬 인테리어=묵직한 도어를 열어보면 간결한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쳐진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화려한 라인을 자랑하되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작고 간결하다.

여러 가지 조작 버튼을 한 자리에 모으거나 하나의 버튼으로 통합했다. 나머지를 ‘여백’이라는 매력으로 채웠다.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빈 곳을 남기면서 입술을 깨물었을 것이다. 그들은 빈 곳을 보면 무엇이든 채워넣으려는 본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시프트 레버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이얼이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죄다 이런 모습으로 변한다니 서둘러 익숙해져야 한다.

대시보드 위에 심어놓은 14.5인치 AVN은 한눈에 쉽게 들어온다.

다만 터치 방식으로 조작하기에 거리가 너무 멀다. 제네시스의 잘못이 아니다. 짧고 뭉툭한 내 팔뚝이 잘못이다.

다행히도 시프트 다이얼 뒤에 자리한 통합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인포테인먼스 시스템을 이곳에서 손쉽게 조작한다. 원형 패드 위에 손 글씨를 쓰면 인식한다. 이도 저도 싫으면 ‘음성명령’을 내리면 된다. 짧은 팔을 힘들게 뻗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3세대는 제네시스 디자인의 나아갈 방향성도 제시한다. 포르쉐가 동그란 헤드램프로 역사를 이어온 것처럼, 제네시스는 이제 2줄로 나뉜 쿼드램프로 역사를 시작한다. (사진제공=제네시스)

◇간접분사와 직분사를 오가는 V6 람다 엔진=V6 3.5ℓ 람다엔진은 처음으로 과급기 ‘터보’를 얹어 최고출력 380마력을 낸다.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에 두루 쓸 수 있는 이 엔진은 이미 성능과 내구성이 검증돼 있다.

3세대 G80은 분사 방식이 두 가지다. 기본적으로 간접분사 엔진(MPI)을 쓰되 필요할 때는 직분사(GDI) 엔진으로 변환한다.

간접분사(MPI)와 직분사(GDI)를 부지런히 오가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골라내는 것. 시동을 걸면 한없이 부드러운 MPI 엔진이 돌아간다.

덕분에 공회전 때마다 귀를 거슬렸던, 직분사 엔진의 ‘따다다닥’ 하는 소음을 지워내는 데 성공했다.

최고출력 380마력은 레드존 직전까지 회전수(5800rpm)를 끌어올렸을 때 나온다.

최고출력은 상징적 수치일 뿐, 실제 순발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비교적 낮은 회전수(1300~4500rpm)에서 터진다. 일찌감치 최대토크를 뿜어내고, 이 힘을 고회전까지 꾸준히 유지하는 셈이다.

굳이 운전대 뒤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바쁘게 당겨가며 엔진을 ‘왕왕’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한국형 프리미엄은 이제 미국을 벗어나 유럽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4도어+쿠페' 스타일 역시 다분히 유럽시장을 겨냥한 디자인이다. (사진제공=제네시스)

◇솜털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내달리는 준대형 세단=시프트 다이얼을 D 레인지에 맞추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는 우아하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가속페달의 초기 응답력은 비슷한 배기량의 전륜구동 세단보다 반 박자 느리다.

앞뒤 50:50의 무게 배분을 적절히 뽑아낸 만큼, 급출발이나 급가속 때 앞쪽이 불끈 솟구치는 이른바 ‘스쿼드’ 현상도 없다.

초기 우아한 움직임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 점진적으로 속도를 얹어보면 제법 날카롭게 변한다. 이때부터 엔진은 직분사 영역에 진입한다.

엔진이 크고 웅장한 준대형 세단은 솜털처럼 가볍게 도로 위의 빈틈을 찾아 이리저리 내달린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곳에 차를 '펑펑' 던져 넣을 수도 있다.

20인치 타이어조차 무겁다는 느낌이 없다. 여기에 접지력이 꽤 괜찮은 ‘피렐리’ 타이어가 맞물려 운전자의 자신감을 부추긴다.

디자인만 따져보면 두터운 배기음을 한 움큼 쏟아낼 법도 하지만, 여전히 맑고 뜨거운 배기만 흩어 뿌린다.

무엇보다 주행안정장치 ESP가 숨죽이며 움직이는 게 기특하다.

2세대 G80은 가볍게 ‘트위스트’를 출 때마다 계기판에 ESP 경고등이 미친 듯이 번쩍인다.

반면 3세대는 슬며시 작동하고 그 미동조차 감춘다. 미세하게 ESP가 개입하고 있음에도 계기판에는 그 어떤 경고등도 뜨지 않고, 작동 여부를 알아채기도 어렵다. 이런 게 진짜 ‘우아함’이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위상에 걸맞게 이 시대 현대차가 내놓을 수 있는 다양한 첨단장비도 총망라했다. (사진제공=제네시스)

◇이 시대 현대차 최신 기술 총망라해=새 모델에는 이 시대 현대ㆍ기아차가 개발해 내놓을 수 있는 최첨단 전장장비를 총망라했다.

레벨 2.5수준의 고속도로 주행보조장치는 물론 달릴 때 마주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첨단 전자장비를 가득 채웠다.

제네시스 3세대 G80은 이 시대 현대차가 도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그럼에도 차 곳곳에 ‘절제의 미’를 가득 담았다.

4년째 2세대 G80을 타고 있는 기자의 눈에 새 모델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상품성을 따졌을 때 모자람이 없다.

차 전체에 고급차의 굴레를 벗어난 우아함이 차고 넘치고, 나머지는 여백의 아름다움으로 채웠다.

가속페달을 밟고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어깨뼈까지 타고 올라오는 짜릿함 역시 또 하나의 반전이다.

가격은 3.5 터보를 기준으로 5900만 원 언저리에서 시작한다. 물론 몇 가지 옵션에 욕심을 내면 금방 7000만 원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시승을 마칠 무렵 '한 대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 가지고 있는 차들을 처분하고,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손에 넣을 수 있겠다 싶었다.

3세대 G80을 만난 이후, 이제 구형이 돼버린 기자의 2세대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 둘 곳을 못 찾고 있다.

(사진제공=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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