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이 지연되면서 내달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중 절반에 육박하는 인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북 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볼모로 삼았다는 점을 들어 한미동맹 정신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양국 간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사는 31일 정부 e-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메시지를 통해 "오늘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서 무급휴직을 예정대로 내일 4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무급휴직 대상은 전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8600여 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4000명가량이다.
이어 "양국 간의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서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미 양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방위비분담협상이 상호 호혜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제11차 SMA 체결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7차례에 걸친 공식 회의를 열었지만, 총액에 대한 이견이 발생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처음에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작년(1조389억 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처음에 제시했다가 40억 달러 안팎으로 낮췄다. 하지만 한국은 10% 안팎 상승률을 염두에 두고 있어 현실적인 액수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국 정부도 그간 무급휴직 시행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으로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추후 협상 타결 뒤 이를 보전해주는 방식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해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분담금 예산에서 지급하는 방식 등을 미국에 제안했지만, 미국이 호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