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차, ‘정크’ 등급으로 강등...글로벌 기업 신용등급 줄줄이 추락

입력 2020-03-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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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의 간판 기업들 신용도가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자동차, 석유, 항공사, 레저, 숙박, 외식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 신용등급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날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포드자동차의 신용등급을 각각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문을 닫은 지 일주일 만이다.

S&P는 포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떨어뜨렸다. 투자적격 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것이다. S&P는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포드 신용등급이 투자 등급의 경계선에 있었다”면서 “공장 폐쇄로 현금 흐름이 악화할 우려가 커졌고 경차 판매가 중국에서 10%, 미국과 유럽에서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무디스는 작년 10월 포드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내린 데 이어 이날 오전에 ‘Ba1’에서 ‘Ba2’로 한 단계 또 낮췄다.

전날에는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2단계 낮췄다. 피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현금 유동성 문제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해 추가 하락 여지를 남겼다.

델타항공도 같은 이유로 S&P로부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2단계 강등당했다. 이로써 델타항공도 투자 부적격 등급인 정크 단계로 떨어졌다.

S&P는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100개 이상 기업의 신용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투기등급에서 더 낮은 등급으로 내려간 기업도 있다. S&P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투자한 위워크에 대해 현금 유동성 압박을 이유로 ‘B-’에서 ‘CCC+’로 내렸다.

무디스는 루프트한자와 옥시덴탈정유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로 각각 낮췄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BBB 등급 회사채 가운데 2150억 달러(약 263조800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5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00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본격화하면서 정크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은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적격등급인 ‘BBB’ 대비 투기등급 ‘BB’ 회사채의 수익률 프리미엄이 연초 38bp(1bp=0.01%포인트)에서 최근 345bp까지 치솟았다. 프리미엄이 불과 3개월 만에 10배 가까이 뛰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강등과 회사채 수익률 급등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유동성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저금리 시대 장기화로 기업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 같은 신용등급 압박은 기업들에 더 큰 위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말 기준 글로벌 회사채 발행 잔액은 13조5000억 달러다. 금융위기 전인 2000~2007년 연평균 8790억 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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