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국 호텔 투자 실패' 대신자산운용, 간접투자자에도 배상해야”

입력 2020-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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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펀드에 간접적으로 투자해 손실을 봤다면 운용사는 물론 최초 해당 사업을 주도한 투자신탁회사에도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신용협동조합이 대신자산운용, 코레이트자산운용(옛 마이애셋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신자산운용은 2008년 미국 플로리다 지역에 객실과 콘퍼런스 호텔을 건립하는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총 415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신협은 대신자산운용의 권유에 따라 펀드에 투자하려 했으나 신용협동조합법상 특별자산투자신탁의 수익증권을 매수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불가능했다. 이에 신협은 코레이트자산운용이 부동산 투자신탁을 설정하면 그 수익증권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80억 원을 투자했다.

이후 해당 사업은 같은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예정됐던 대출이 무산되면서 중단됐다. 신협은 배당금을 제외한 67억 원을 배상하라며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펀드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대신자산운용 등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책임 범위를 20%로 한정해 13억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대신자산운용은 이 사건 투자신탁의 자산운용사라고 할 수 없으므로 신협에 대해 이 사건 투자신탁의 자산운용사로서 설명의무, 투자자 보호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코레이트자산운용에 대해서도 “투자신탁 재산을 실제로 운용하지는 않고 대신자산운용이 지배하는 계좌에 입금해 임무가 종료된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간접투자의 일반적 특성 등에 비춰보면 자산운용사가 직접 설정하거나 운용하는 투자신탁이 아니더라도 사실상 주도했다면 투자자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협이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을 매수한 것은 대신자산운용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며 “대신자산운용이 이 사건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과 관련된 주요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등 투자신탁의 설정을 사실상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신탁의 자산운용사가 아니므로 자산운용 단계에서 선관주의의무 등을 부담하지 않더라도, 신협에게 투자신탁의 수익증권 매수를 권유하는 단계에서는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신협과 자산운용계약을 체결한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에도 자산운용사로서 투자자 보호의무와 선관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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