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30)] 김형산 스윙 대표 “모빌리티 유니콘 탄생, 규제가 가로막아”

입력 2020-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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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는 원동기장치 자전거…지자체에서는 흉물 취급”

▲김형산 스윙 대표가 1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2018년 5월,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하자마자 쏘카에 투자하자고 설득했어요. 우버와 같은 서비스 규제가 풀리면 쏘카가 가장 잘 될 거라 판단했죠. 타다의 가능성도 봤어요. 그런데 타다가 이렇게 되는 걸 보면서 ‘좋은 사업 모델이면 뭐하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유 전동킥보드에 대해서도 정부가 갑자기 사업 모델을 바꾸라는 식의 사실상 금지를 하면 타다처럼 되겠죠.”

김형산(35) 더스윙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있을 당시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의 투자 유치에 앞장섰다. 그만큼 쏘카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박재욱 VCNC 대표와 동갑내기 친구인 그는 단순히 박 대표와 지인이어서가 아니라, 혹은 쏘카 투자 유치에 관여해서가 아니라, 모빌리티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타다 사태’에 관한 아쉬움이 짙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스윙 전동킥보드와 함께 나타난 김 대표와 모빌리티 규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스윙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다. 국내에 10개가 넘는 전동 킥보드 업체 대부분이 강남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스윙은 강남이 아닌 서울 주요 대학가를 공략했다. 서울대, 한양대, 건국대, 세종대, 경희대, 시립대, 성균관대 등 대학 정문 앞에 비치된 스윙의 전동 킥보드는 현재 880여 대 정도다. 누적 투자액은 12억, 이달 말 10억 원가량의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스윙은 올해 5월까지 2000대, 여름까지 3000대, 연말까지 5000대를 운영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뒤 KDB산업은행에 입사했다. 퇴사 이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을 거쳐 창업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모빌리티 기업에서 일한 경력과 모빌리티 기업 투자를 담당한 경험이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의 창업을 이끌었다. 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한국의 규제 환경이 예상치 못한 벽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소트뱅크벤처스에서 본인이 앞장서 쏘카 투자를 진행했기에, 쏘카의 자회사인 타다의 서비스 중단은 더 충격적이었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모빌리티 산업에 너무나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오랜 시간 써보거나 사용 데이터를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국토부 공무원들이 우버를 꾸준히 써봤다면 타다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김형산 스윙 대표가 1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김 대표는 타다 사태가 퍼스널 모빌리티(PM) 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만약 지자체나 정부가 서비스에 대한 이해 없이 규제를 시작한다면 모든 업체가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주차 문제에 관한 민원이 접수되면 서비스의 장점을 유지하며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하는데 그냥 서비스 자체를 막아버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언제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다는 점이 사업 모델의 핵심인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기 시작하면 시장도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서울시가 공유 전동킥보드를 특정 장소에만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더 심각해졌다.

‘규제 강화’ 조짐만 짙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전동 킥보드 업체 버드, 라임처럼 창업 1년여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올라선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시장 가능성과 국내 소비자들의 수용도만 봤을 때는 이미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유니콘이 2~3개 나왔어야 하고, 향후 퍼스널 모빌리티에서도 유니콘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앱 사용에 친숙한 데다, 공유 서비스 문화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국내 소비자들이 밝은 시장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와 반대로 규제 환경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는 “아무리 사업이 잘 돼도, 규제 당국의 부실한 조사로 ‘불편하다’는 민원을 ‘서비스 금지에 가까운 규제’로 처리해버리면 신산업이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의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25km/h 이하 속도의 전동 킥보드가 자전거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합의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는 “퍼스트 모빌리티 업체뿐 아니라 시민단체, 경찰청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의한 결과”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현 제도는 네거티브 규제(법과 제도로 금지한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열어둔 것)가 아니다 보니, 새로운 탈 것이 나오면 기존 분류에 끼워넣어야 한다”며 “전동 킥보드가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즉, 오토바이와 같은 분류로 묶여 보도와 자전거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전동 킥보드가 오토바이로 분류돼 있는데 지자체에서 관리는 적치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토바이가 주차를 제대로 안 하면 소유주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범칙금을 부과하는데 전동 킥보드는 권고도 않고 아예 견인해 가기도 한다”며 “오토바이처럼 면허증은 요구하면서 정작 지자체에서는 교통수단이 아닌 흉물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꾸준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규제개혁’이라는 정부 슬로건도 하나의 정치적 테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규제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타다 같은 사례를 만들 것이라면 차라리 아무 지원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파리, 런던, 도쿄 등 국제적인 도시에서 살아본 김 대표는 서울이 이들 도시 못지않게 PM을 위한 도시가 되길 바란다. 그는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서울이 차를 위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람들이 차를 덜 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보완하고 새 이동 수요를 만드는 서비스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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