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일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
그런데 전 세계를 휘감는 지금의 어려움 탓에 식물원은 봄소식을 기뻐할 새도 없이 온통 걱정에 싸여 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이 어렵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의료계 분들의 전문성과 노고에 감사의 마음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많은 뉴스와 방송에서 의료계 분들의 높은 전문성과 체계적인 대응 그리고 성과들을 보면서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성공적인 대응체계가 구축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을 계기로 또다시 닥쳐올 수 있는 새로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초적인 토대를 튼튼히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코로나19처럼 2000년대 중반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전염병인 신종플루를 치료한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이라는 중국의 고유 식물로부터 개발되었습니다. 또, 해열·진통제로 개발되어 지금은 항응고제와 심장마비·뇌졸중 예방치료 등에 두루 쓰이고 있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밖에도 주목으로부터 개발된 항암제 택솔, 은행잎 추출물 등 많은 식물 기반 신약들이 개발되어 사람들을 질병으로 해방시켜주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세계 천연물 관련 시장은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포함하여 약 100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물 의약품만도 시장 규모가 2023년에 4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천연물 의약품 시장도 그 규모가 5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물 기반 신약 개발에는 기술력과 함께 원재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전 세계에 약 40만종의 식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약 5000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국내 식물자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식물자원을 활용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생물자원에 로열티를 부과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입니다.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 총회에서 채택되고 2014년 10월 평창 총회에서 발효된 이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은 현재 117개국이 비준을 받아 당사국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협약의 중심 내용은 “생물유전자원을 가지고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을 개발해 이익을 내면 해당 유전자원 이용자가 유전자원 제공자(기업·기관 혹은 국가)와 이익을 공유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로 지구 생명체의 근간인 식물이 지구에서 사라져가는, 즉 멸종되는 속도가 엄청나다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19년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과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총 571종의 야생식물이 최근 250년 사이에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많지 않은 수로 보이지만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최대 500배 빠르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합니다.
인류를 구원할 식물이 사라져가는 문제이든 국가 간 자원 경쟁의 측면에서든 식물의 보호·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들을 야생상태로도 보호할 수 있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안전한 곳에서 보전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식물원과 수목원입니다.
전 세계에는 약 4000개 이상의 식물원과 수목원이 있습니다.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들 식물원들이 전 세계 식물의 3분의 1 이상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법적으로 등록된 68개 식물원과 수목원이 있지만, 식물 보전 기능이 선진국 식물원과 수목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적 관심이 더욱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금 어려운 이 상황은 실내보다는 야외가 안전하다고 합니다. 건강한 식물원과 수목원에 방문하셔서 답답함도 푸시고 인류를 위한 식물원과 수목원의 노력도 도와주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