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농협, 예금자보호기금에서 뺀 1343억 원 예보에 이관”

입력 2020-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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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2014년에 이관하지 않은 예금자 보호기금 중 일부인 1343억 원을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예금보험공사가 농업협동중앙회를 상대로 제기한 적립금 이관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전 농협은 단위조합 등의 파산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을 설치ㆍ운영했다. 기금은 신용사업계정과 공제사업부문계정으로 분리돼 있었다.

2009년 농협법 개정안이 정부 안으로 국회에 제출되면서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분리(신경 분리), 농협이 운영한 공제사업의 보험업 전환, 농협 보험 신설 시 공제사업 적립금의 처리 방안 등이 논의됐다. 2010년 4월 국회는 예금자보호를 위해 농협의 공제사업계정에 적립돼 온 적립금을 예보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같은해 12월 농협은 기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신용 사업, 경제 사업, 공제 사업의 부실액은 모두 신용사업계정에서 지원해왔으나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조합 경제 사업 부실액의 기금계정별 분담 방안’을 의결했다. 이미 발생한 경제 사업 부실액 5784억 원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해 공제사업계정에서 신용사업계정으로 1343억 원을 이관했다.

이후 시행된 농협구조개선법에 따라 농협은 2014년 9월 공제사업계정ㆍ적립금을 예금보험기금으로 예보에 이관하게 됐다. 농협은 신용사업계정으로 옮긴 금액과 운영경비, 추가정산대상 지원액 등을 공제한 뒤 1631억 원을 이관했다.

그러나 예보는 2015년 3월 농협이 신용사업계정으로 옮긴 자금과 공제한 금액을 모두 예금보험기금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은 “공제사업부문계정의 이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종전 기금관리위원회 결의에 따라 수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진 회계 처리를 소급 변경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예보 측의 손을 들어 줬다.

이어 “적법한 회계처리가 이뤄졌다면 마땅히 공제사업부문계정에 속하는 것으로 처리됐을 재산”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회계 처리의 적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실제 이뤄진 회계 처리에 따라 ‘공제사업부문계정에 적립된 것’을 이전하도록 한다면 충분한 적립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면서 “원활한 예금자보호 기능의 수행을 위한 농협법 등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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