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이제 신문기자 하면 웬지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일단 사람들은 신문을 보지 않는다. 유튜브와 SNS 그리고 수많은 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미있는 영화, 영상물 보기에도 시간은 모자라다. 그래서 어느샌가 전철이나 버스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나 같은)을 발견하긴 매우 어렵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신문기자’란다. 한국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아직 언론 시장에서 신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 시장이기에 이런 제목도 가능하리라. 영화 ‘신문기자’는 작년 10월에 개봉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더니 요즘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봉준호의 아카데미 석권이 워낙에 큰 뉴스이기도 했고, 지금 한국과 일본은 초유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라 낭보 하나가 묻히긴 했지만 그래도 뿌듯한 소식이다.
6일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3개 부문을 휩쓸었는데, 여기서 한국 최초이자 일본 최연소 최우수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가 바로 한국 여배우 심은경이었다. ‘아니 왜 심은경이 거기서 나와?’ 하겠지만 그녀는 떳떳이 오디션을 보고 주연 자리를 꿰찼고 여배우 최고의 영예인 주연상 수상도 하였다.
영화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우리네 정치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짜뉴스와 댓글 조작에 진실을 감추려는 국가권력의 음모는 기시감을 느낀다. 신문기자 역을 맡은 심은경이 진실을 집요하게 찾아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몇 년 전 일본을 뒤흔든 사학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었다 하는데, 아베를 비판하는 반정부 내용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을 거두었다. 변영주 감독은 완성도 높은 정치스릴러에 배우 심은경의 탁월한 연기로 깊이감을 더했다며, 부패한 권력과 그에 굴복한 언론이 세상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극찬한다.
요즘 기자들, 특히 신문기자들 괴롭다. 매일 채워야 하는 기사, 광고까지 고민해야 하는 여건, 기레기라고 조롱하는 대중들…. 그 틈에서 언론의 칼날을 벼르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린 4부의 권력으로 우뚝 서주길 바라는 또 다른 기대를 갖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 분발해다오, 한국의 신문기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