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 투자할 경우 손실 기준선이 훨씬 낮고, 쿠폰수익률이 높다는 이점 때문이다.
ELS는 각국의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 주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일정 기간 제시된 조건 내에서 움직이면 이자를 주는 파생 금융 상품이다. 만기는 보통 3년으로 설정되는데, 만기 이전에 6개월 단위로 조건이 달성되면 이자와 원금을 받는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사모, 공모를 합쳐 발행된 전체 ELS 금액은 1조2400억 원, 발행수는 총 378건이다. 지난달 같은 기간(2월 1일~9일) 1조8100억 원, 총 347건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소폭 줄어든 수치로 해석할 수 있다.
월별로 따지면 전체 ELS 발행금액은 지난 8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당시 DLF 사태로 발행금액이 4조5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올해 1월에는 총 6조 원, 2월에는 7조 원에 육박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 규모가 13조 원을 기록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S&P500(12조 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8조 원), 일본 닛케이225(6조 원), 코스피200(4조 원) 순이었다.
최근 해외증시 지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녹인 배리어(손실 기준선) 터치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증시는 9일(현지시간) 7∼8%대의 낙폭을 기록해 유로스톡스50은 8.45% 떨어진 2,959.07로 마무리했다. 같은 날 S&P500 지수는 7.7% 내린 23,851.02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실제 녹인 배리어 터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대부분이 발행 당시 지수의 50~60%대로 손실 기준선이 설정되는데, 최근 유로스톡스50, S&P500 지수의 급격한 하락에도 손실 기준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PB는 “지난달 S&P 500 고점 기준으로 ELS를 발행했다고 할지라도, 녹인배리어는 1600선 정도로 실제 손실 가능성은 작다”며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ELS의 상품 수익성이 돋보이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지수 하락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내려갔을 때 ELS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기초자산 손실 기준선인 50~60%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작으며, 변동성이 클 때 쿠폰 수익률이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수 하락으로 조기상환이 늦어지면서 신규 ELS 발행에 차질이 생긴 점은 우려 요소로 꼽힌다. 지난 2월 기준 ELS 조기상환은 5조9000억 원 규모로 전월 대비 약 30%가량 급감했다.
통상 EL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 이후 약 95%가 다시 ELS에 재투자한다. ELS 조기상환이 지연되면서 기대수익이 감소해 ELS 재투자 자금 유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조기상환이 늦어질 경우, 발행 잔액이 남아 신규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에서는 지수 변동성이 커지면서 헷지 비용이 증가했을 것”이라며 “특히 두 대형 판매사가 영업정지에 처하면서 판매 환경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투자자는 조기상환 지연으로 일정기간 받던 이자, 원금을 받지 못해 자금의 선순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현재와 같이 변동성이 큰 시기에 쿠폰 수익률이 높은 ELS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투자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