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이트진로 공정위 과징금 취소…"계열사 부당 지원 아냐"

입력 2020-02-12 15:25수정 2020-02-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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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등 4개 혐의는 인정…과징금 다시 산정해야

10년간 조직적으로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에 부과한 과징금을 법원이 취소했다. 그러나 1개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혐의는 공정위 판단을 인정한 만큼 하이트진로 법인과 경영진의 형사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12일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 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2018년 하이트진로가 총수 2세인 박태영 부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맥주캔 제조ㆍ유통 과정에 끼워 넣어 일명 ‘통행세’를 걷은 혐의 등 5개 혐의로 시정 명령과 함께 79억4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방식으로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몰아준 일감은 총 99억3000여만 원 상당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용 캔 납품 업체인 삼광글라스의 맥주캔 제조용 코일과 글라스락 캡(유리밀폐 용기 뚜껑) 거래에 서영이앤티를 중간에 끼워 통행세로 각각 8억5000만 원, 18억60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2월 서해인사이트에 대한 도급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11억 원을 우회 지원해 서영이앤티가 100% 소유한 주식을 정상가격인 14억 원보다 비싼 25억 원에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5억 원에 달하는 급여를 대신 지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이 아들 박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자 서영이앤티에 부당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박 회장은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를 지배하는 것으로 지배구조를 바꿈으로써 경영권 승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약 10년에 걸쳐 서영이앤티와 유리한 조건으로 직접 거래하거나 다른 회사가 거래하게 하는 방법으로 서영이앤티에 약 99억3800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며 "이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도 부분은 부당 지원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여러 불공정 행위를 하나의 처분으로 과징금이 산출된 만큼 과징금 부과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공정위가 서해인사이트 주식 가치를 산정한 것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앞서 공정위는 A 회계법인을 통해 서해인사이트 주식 정상가격을 최저 4억2000만 원(주당 4200원)에서 13억9600만 원(주당 1만3960원)으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주식 가치 평가에 중요한 요소를 공정위가 미리 정해준 것은 회계법인이 하는 일반적인 주식 가치 평가와는 명확히 구분된다”며 “하이트진로와 서해인사이트가 합의로 정한 기업운영비 외에는 매출총이익 발생 요소가 없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실제 매출총이익을 일률적으로 감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서해인사이트의 합의 대상이 아닌 원가 절감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당한 실제 이익을 모두 부정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며 “공정위가 산정한 서해인사이트 주식 가치 산정 방법은 미래의 추정이익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한 방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79억4700만 원의 과징금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모든 행위에 대해 하나의 처분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고 부과했다”면서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 매도 부분이 부당한 지원행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이번 행정 소송 결과를 참고하기로 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태영 부사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등의 결심공판을 잇달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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