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이나 떨어진 같은 아파트 주민이 잇따라 전염…사스 당시도 에어로졸 전파
홍콩의 같은 아파트에 살던 주민이 10층이나 서로 떨어져 있음에도 잇따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10명에 달하는 해당 아파트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고 11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문제의 아파트는 칭이(靑衣) 지역에 있는 청훙부동산 소유 캉메이(康美) 아파트로, 홍콩 보건당국과 경찰은 이곳에서 두 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자 이날 새벽 주민을 긴급 대피시켰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 아파트 1307호에 살고 있던 75세 남성이 홍콩에서 12번째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바로 10층 밑인 307호에 거주한 62세 여성이 42번째 환자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2002~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당시 에어로졸 전파로 홍콩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했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에어로졸 감염은 병원균이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입자나 액체방울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염시키는 것을 뜻한다.
홍콩대학의 위안궈융 미생물학 교수는 “이번 사례가 사스 당시와 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화장실 배설물 파이프와 연결된 통풍 파이프가 제대로 밀봉돼 있지 않으면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화장실 내부의 환풍기를 켰을 때 변기에 남아있는 공기에서 병원균이 통풍 파이프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3년 사스 당시 한 아파트에서 환자가 화장실을 이용한 후 물을 내리면서 에어로졸이 형성됐다. 이후 U자형 배관을 통해 사스가 아파트 전체에 퍼지면서 무려 321명이 감염되고 42명이 사망했다. 위안궈융 교수는 “이번에 신종 코로나 환자가 나온 아파트는 사스 사태 당시의 아파트와는 배관 구조가 다르다”고 전했다.
여전히 그는 “예방 조치로 해당 아파트를 모두 비우고 배관을 점검해야 한다”며 “당국은 접촉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야 할 이유는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42번째 환자는 2월 3일 기침 증상을 보였고 그때 이후 7일까지 세 차례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이후 9일 프린세스마가렛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이날 새벽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이 살고 있던 42번째 환자의 딸과 사위도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보내졌다. 남편과 손자는 아직 증상이 없지만 발현되면 바로 격리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3명도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