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반도체 및 면세점ㆍ화장품 관련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5조 원 넘는 물량을 사들이고 있다. 향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들이 ‘저점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1월 20일부터 이날까지 총 13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3조4039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순매수한 금액(5조2362억 원)의 65.01%에 달한다.
매도에 나선 외국인ㆍ기관투자자와는 상반되는 행보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20일 이후 8385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매도 전환했다. 또 기관투자자는 연초 이후 6조5151억 원어치를 팔아치우고 있다. 이 중 43.03% 수준인 2조8032억 원어치가 20일 이후 시장에 쏟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하락하자 이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0일 국내 1호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코스피도 약세를 기록했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28일 코스피는 20일 대비 85.92포인트(-3.42%) 내린 2176.72로 마감하며 2100선으로 주저앉았다.
향후 실적 및 주가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대거 사들인 이유다. 순매수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보면 개인투자자는 1월 20일부터 1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1조1186억 원어치 사들였다. 또 삼성전자우(2733억 원), SK하이닉스(1330억 원) 등 반도체 관련주를 대거 순매수했다.
아울러 중국 경기 위축 여파로 주가가 하락했던 면세점ㆍ화장품 관련주도 개인 순매수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는 총 1310억 원어치 순매수되며 4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1212억 원), 신세계(522억 원), LG생활건강(467억 원) 등도 대거 사들였다.
이와 관련해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매수세는 주가 레벨이 낮은 상황에서 이를 노려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일 수 있으나 정확한 해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 연구원은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중장기 전망이 좋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차전지ㆍ전기차 테마가 주목받고 있다”며 “이들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코스피 시장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현시점이 매수 시점이란 분석도 제시됐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 등이 모두 견조하고 변동성지수(VIX)도 20레벨을 돌파하지 않아 리스크 국면으로 인식하기엔 무리”라며 “최근 주가 조정은 중장기적인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면세점 등 소비주와 관련해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이슈가 사태가 진정되고 실적 타격이 제한적임을 확인할 수 있는 2분기 이후 시점에야 투심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저점 매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