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내렸는데 국내 기름값은 왜 제자리?

입력 2008-09-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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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휘발유가격이 7개월만에 두자릿수로 떨어졌지만 국내 휘발유가격은 오히려 제자리를 지키면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 휘발유가격은 18일 현재 배럴당 97.03달러를 기록해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월6일 배럴당 98.21달러를 마지막으로 줄곧 100달러 이상의 고공행진을 해오던 국제휘발유가격이 7개월여만에 회귀한 것.

2월 이후 급등세를 거듭했던 국제 휘발유가격은 지난 7월4일 배럴당 147.30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이후 10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휘발유가격은 글로벌 경기침체 예상으로 인해 두자릿수로 떨어졌다. 이는 7월 최고점 대비 33% 급락한 수치다.

그러나 국제 휘발유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가격은 오히려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9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722.48원으로 전부의 평균 판매가인 리터당 1721.03원보다 1.45원 더 올랐다.

국내 휘발유가격이 국제제품가격에 2주정도의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 만큼 국제 휘발유가격이 떨어지면 국내가격 역시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최근 국내 휘발유가격 변동은 국제 휘발유가격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환율 때문이다. 국제 휘발유가격이 변하지 않더라도 환율이 움직이면 제품도입가격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처럼 환율이 급등하면 국제휘발유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도리어 국내 휘발유가격은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유가격과 제품가격이 떨어졌지만 국내 제품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환율 급등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원-달러 평균환율이 944.22원이었지만 지난 18일에는 1153.30을 기록해 22%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결국 국제 휘발유가격이 2월 수준과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원화로 환산할 때 최근 20% 가량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 포함된 높은 세금도 원인이다. 현재 휘발유엔 유류세·교통세·주행세·부가가치세를 포함, 리터당 819.24원의 세금이 붙는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30% 내려도 세금은 그대로인 만큼 결국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의 하락폭은 1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석유시장이 국제석유시장에 개방돼 있으므로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국제 석유제품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운영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정유사는 국제제품가격, 운임, 환율 변동 및 기타 시장동향 등을 감안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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