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정부 엇박자에 지역은 '분노' 여론은 '불안'

입력 2020-01-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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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주민들 '전세기 송환자 격리시설' 봉쇄…지자체는 '의심환자 정보' 속보성 제공

▲충남 아산 주민들이 29일 오후 정부가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이송하는 교민과 유학생을 2주간 임시 수용할 것으로 검토중인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 출입로를 트랙터 등을 동원해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뉴시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엇박자에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전세기로 입국하는 우한 체류자 격리시설 대상지가 하루 만에 바뀌면서 지역 갈등이 증폭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의심환자’ 공개에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27일 이후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추가 확진환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단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확진환자를 포함해 187명으로 늘었다. 155명은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 해제됐으며, 28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확진환자 접촉자도 전날 369명에서 387명으로 18명 증가했다. 우한 체류자 700여 명이 전용기로 귀국하면 확진환자 및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27일 이후 추가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대응방식을 놓고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30~31일 전세기로 귀국하는 국민을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격리 수용하려 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계획을 틀었다. 이들 지역에선 현재도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충청 홀대론’으로 불붙은 논란은 ‘송환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 격리 수용지로 정해진 아산에선 주민들이 차량과 농업용 트랙터로 경찰 인재개발원 입구를 봉쇄하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아산으로 오는 우한 교민 전세기를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5000명 이상 참여했다. 충청권이 공무원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고 오송 질병관리본부와 가깝다는 이점과 별개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격리 수용지를 정하고 이마저 하루 만에 뒤바꾼 배경을 놓고는 납득을 못 하는 분위기다.

감염병 발생동향 공개를 놓고는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 간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감염병 발생동향 파악·공개는 질본이 총괄한다. 우한시를 비롯한 후베이성 방문자 중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자와 후베이성 외 중국 방문자 중 폐렴 진단자를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격리하고 있다. 또 후베이성 외 중국 방문자 중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자와 조사대상 유증상자 밀접접촉자를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해 자가격리 또는 능동감시를 실시한다.

그런데 각 지자체도 개별적으로 의심환자 현황과 확진환자 동선 등을 브리핑한다. 대다수의 조사대상 유증상자가 인플루엔자 또는 감기로 확인됨에도 각 지자체에서 사례정의와 무관하게 ‘의심환자’란 이름을 단 사례들이 속보성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는 특정 병원 폐쇄설, 추가 확진환자 발생설 등 가짜뉴스로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강원도 원주에선 생후 15개월 의심환자가 28일 음성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을 출처로 ‘양성 판정설’이 나돌았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가 과도하게 유통되면 사람들은 두려움에 집 밖에도 안 나가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태가 봄까지 이어지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보건의학적으로는 지나치게 경각심을 갖는 게 전파 방지에 유리하다”며 “경제사회적이나 보건의학적 측면을 모두 따져와 적정한 대응수준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론 그게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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