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아웃바운드ㆍ해외 기업 인바운드 줄며 수익성 악화
법률시장 개방 후 국내 M&A(인수합병) 자문 시장 상위권을 휩쓸던 외국계 로펌들이 기세가 크게 꺾이며 고전하고 있다. 일부 로펌들은 국내 사무소를 자진 철수하기도 했으며, 앞으로 철수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IB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외국계 로펌 30곳 가운데 설립 인가를 취소한 곳은 2곳이다. 2018년에는 자본시장(Capital Market) 딜 분야에서 글로벌 명문 로펌으로 알려진 심슨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 LLP)가 국내 법률시장 진출 6년 만에 한국 사무소를 철수했으며, 지난해에는 맥더모트 윌 앤 에머리(McDermott Will&Emery LLP)가 한국 사무소를 철수했다.
세계적 규모의 영·미 로펌들은 2011년 법률시장 개방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역량이 커지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해 해외 사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아웃바운드)뿐만 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법률 자문(인바운드)과 관련된 법률 자문 수요에 따라서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외국계 로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크로스보더 M&A, 국제 중제 등 외국법 관련 자문만 할 수 있어 한정적인데다, 이를 두고 대다수의 외국 로펌들이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외국 로펌은 한국 로펌과 합작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송무를 볼 수도 있지만 규제가 많아 아직 한 곳도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한 곳은 없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 대부분은 1~2명의 파트너들만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굵직한 아웃바운드가 줄어든데다, 외국 로펌에 사건을 맡기는 편이었던 국내 기업들이 국내 로펌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외국 로펌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밖에도 홍콩, 상해, 일본에 비해 국내에서는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작다는 지리적인 한계도 지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년 국내에서 사무소 철수를 하는 외국 로펌이 나오면서 남아있는 로펌들 중에서도 철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글로벌 메이저 로펌들이 한국에 있으면 한국 이외의 지역을 커버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국내에서는 거의 아웃바운드 영역만 해야하기 때문에 매출액 신장이 안 되다 보니 버티다가 철수하거나 철수하려는 생각을 가진 외국 로펌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아웃바인드가 줄어든데다 외국 기업들의 인바운드 역시 과거에는 외국 기업들이 자국의 로펌을 데리고 온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국내 로펌들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국내 로펌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 외국 로펌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