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냥 쉬는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었다. 통계청의 비경제활동인구 분석에서, 2019년 ‘쉬었음’ 인구가 20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23만8000명(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다. ‘쉬었음’ 인구는 만 15세 이상으로 일할 능력이 있지만, 학교나 직장에 다니지 않고 육아나 가사, 치료 등 특별한 이유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경우로 통계상 실업자로도 잡히지 않는다.
‘쉬었음’ 인구는 과거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젊은 층과, 직장에서 은퇴한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20대(17.3%)뿐 아니라, 30대(16.4%), 40대(13.6%), 50대(14.0%)에서 크게 늘어 60세 이상(10.3%) 증가폭을 앞질렀다. 경기 부진과 기업 활력 저하로 경제활동이 활발한 20∼50대의 취업기회와 고용시장이 갈수록 악화하는데, 정부가 재정을 쏟아붓는 단기 저임금의 노인일자리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정부는 취업자수와 고용률, 실업률 등의 지표가 좋아져 고용의 양과 질 모두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본 실제 일자리 사정은 정반대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분석 결과도 그렇다. 작년 취업자 증가폭은 30만600명으로 전년(9만7300명)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고용시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종사자 5∼299인의 자영업 및 중소기업 취업자는 3600명 줄었다. 이 수치의 감소는 2004년 이래 처음이다.
특히 늘어난 취업자 대부분이 종사자 1∼4인의 소규모 사업장 고용이었고, 증가분은 23만3500명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 취업자는 겨우 7만700명 늘었다. 작년 자영업자는 560만56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3만2300명 줄어, 1995년 이래 24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유급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998년 이래 가장 큰 폭인 11만3600명 감소했다. 홀로, 또는 무급의 가족이 함께 일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01년 이후 최대인 8만1300명 늘었다. 결국 고용원 두고 영위하던 자영업자들이 대거 폐업하거나 사업 및 고용규모를 줄였다는 얘기다.
고용동향의 모든 분석은 일자리 사정이 여전히 최악임을 나타낸다. 모든 연령대에서 구직을 포기한 채 쉬는 인구가 늘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취업자수가 감소한 것은 업황 부진과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갈수록 감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조업, 도소매 업종의 취업자가 큰 폭 줄어든 것에서 알 수 있다. 정부 주장처럼 고용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자꾸 나빠지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의 상황진단부터 틀렸으니 일자리 정책도 어긋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