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리 시장이 ‘담배가게 아가씨’처럼 매력 있을까

입력 2020-01-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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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자본시장2부장

여느 동네 평범하고 친근한 모습의 가수 송창식 씨의 노래 중 ‘담배가게 아가씨’란 히트곡이 있다. 특이한 가사와 송 씨의 독창적인 창법, 익살스러운 음색으로 술자리나 MT에서 흥을 돋우는 주제곡처럼 1990년대 사랑을 받았다.

“우리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로 시작하는 노래의 주 내용은 ‘숫기 없는 청년이 짝사랑하는 담뱃가게 아가씨가 있다. 수많은 총각이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퇴짜를 맞는다. 우연히 동네 건달들에게 둘러싸여 난관에 부닥친 담뱃가게 아가씨를 발견한 한 청년이 용감하게 달려든다. 그는 건달들에게 흠뻑 두들겨 맞아가며 아가씨를 위기에서 구해 낸다. 이후 둘은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이 노래의 마지막은 주인공 청년이 신바람 나서 담뱃가게로 향하며 “나는 지금 담배 사러 간다!”며 끝을 맺는다.

몸에 좋지도 않은 ‘담배’ 얘기라니. 다소 뜬금없는 얘길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시장이나 우리 기업들이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담뱃가게 아가씨’처럼 매력이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생겨서다.

그들이 묻는다면 한국이란 담뱃가게를 추천하고 싶다. 첫째 수치로 본 투자 가치다. 가치보다 푸대접이다.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신용등급이 같은 국가들보다 20~30%가량 저평가된 상태다. 피치 기준 한국과 같은 국가 신용등급 ‘AA-’를 받는 주요 국가는 대만·벨기에·카타르 등이다.

미래도 장밋빛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께 한국의 구매력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1362달러로 일본(4만1253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시아-태평양 포트폴리오 전략’ 보고서에서 “2020년 글로벌 경기회복과 기술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며 한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2019년 -33%에서 2020년 22%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담배들도 많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조사에서 브랜드 가치가 611억 달러(약 72조5000억 원)에 달했다. 순위는 6위였다. 미국의 경제매체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디지털 선도 기업’에서도 3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28위), ㈜SK(60위), SK텔레콤(67위) 등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은 왜 다른 담뱃가게로 발길을 돌릴까.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보다 13% 줄어든 233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고 한다.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없앤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친노동 환경과 각종 규제는 외국인을 등 돌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비슷한데도 투자 유치가 적다면 결국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라는 뜻이다.

증시에서 기업들이 제값을 못 받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삼성전자 PER는 12.93배였다. 주가가 EPS의 약 13배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PER는 인텔(12.71배)과 비슷하며 TSMC(20.16배), 마이크론(17.17배)보다는 낮다. 애플(21.1배)도 삼성전자보다 PER가 높았다.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5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같은 정책이 이어지면서 기업은 더 험난한 경영 환경에 맞닥뜨리고 있다. 기업이 해외로 떠나면 일자리도 떠난다는 현실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의 쓴소리는 국내 기업환경의 답답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는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갈라파고스 규제는 글로벌 기업이 맞추기 불가능하며 한국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일갈했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육지와 단절돼 독특한 동식물군을 이룬 갈라파고스 섬들처럼 국제 흐름과 동떨어져 특정 지역에만 있는 규제를 뜻한다.

사석에서 만난 외국계 기업들도 “말로만 투자환경 조성을 외치지 말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부 정책부터 바꾸라”고 돌직구 발언들을 쏟아냈다.

외국인 투자가 줄고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가뜩이나 뒷걸음하는 일자리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나 총선을 앞둔 여야 모두 앞다퉈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고용 주체인 국내외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건지, 이율배반도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 신(新)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규제와 기업 때리기로 기업들을 옥죄며 ‘한국에 투자하라’ ‘다시 돌아오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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