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뉴 트렌드]④“대기업 위주로 산업 재편… 中企 생존 위협” 빅블러의 그늘

입력 2020-01-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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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기존사업과의 충돌… 정부가 나서 완충역할해야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으로 산업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산업의 재편과 성장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글로벌 대기업 일부가 산업 생태계의 포식자가 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무더기로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될 수 있다.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지는 곳 가운데 하나가 금융권이다. 돈이 움직이는 곳은 항상 혁신 기술이 가장 먼저 진입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삼성페이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결제 서비스 시장에도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삼성페이를 심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5월 국내 누적 결제 금액 40조 원, 가입자 1400만 명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인터넷 쇼핑에 진출하면서 네이버 위주의 산업을 조성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장점을 결합해 기존 쇼핑 사이트의 제품과 가격을 한곳에 모으는 전략으로 소비자를 흡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은 개인이나 소규모로 운영되던 인터넷 쇼핑 사이트들이 사라졌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쇼핑 사이트 등장도 전통 인터넷 쇼핑 사이트들에는 위협적이었다.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산업 재편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카풀과 타다를 두고 택시업계가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선보이려고 하자 택시업계는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어 최근 타다 이용객 수가 급증하자 택시업계의 화살은 카풀에서 타다로 돌아섰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현재 정치권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모빌리티 시장은 6년 사이 규모가 5배 가까이, 이용객 수도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T 기술 발달과 함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택시 업계는 고사 직전에 놓였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자주 애용하는 세대는 경제활동을 직접 하는 세대들인데, 이들 가운데에서도 젊은 층으로 갈수록 IT와 신기술에 친숙하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IT 모빌리티 업체에 밀려 전통 택시 산업이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카카오·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전형적 빅 블러 현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빅 블러 현상이 굉장히 빠르게 급진적으로 진행되면서 양측의 충격을 줄여줄 완충지대를 정부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연예계 쪽에 머물던 매니지먼트 업체가 1인 방송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 1인 미디어 시장은 각개전투식으로 경쟁 이뤄졌지만, 매니지먼트가 등장하면서 영향력 있는 다수의 1인 방송사업자들을 한곳에 모았다. 1대 1의 대결 구도에서 집단 대 집단의 대결 구도로 변한 것이다. 결국에는 SM, JYP, YG 등 3대 메이저 엔터 업체가 연예계를 잠식한 것처럼 1인 미디어 시장 역시 대형 매니지먼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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