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집값급등ㆍ저성장 사이서 금리인하 주저..美-트럼프 추가인하 압박 파월 선택 주목
◇ 성장 잠재성장 밑돌고 저물가 고착화 vs 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면서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한고비를 넘겼다. 다만 2단계를 넘어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합의 없는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한 데다, 해를 넘기면서 북·미 간 긴장 확대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부각할 전망이다.
저성장·저물가에 대한 우려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기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반도체 수출이 올 중반경이나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게 한은 측 관측이다.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도는 2%대 초중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4%와 2.3%로 예상한다.
디플레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CP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총체적 물가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성장률 디플레이터(GDP 디플레이터)도 역대 최장기록인 4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신인석 금통위원도 디플레 가능성을 일축했다. 공개된 지난해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신 위원은 “조만간 디플레로 돌입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서도 “물가상승률이 1% 미만에 고착될 위험은 작지 않다”고 진단했다.
부동산값 급등과 가계부채 우려도 더 커질 조짐이다. 가계부채 규모는 1600조 원에 바싹 다가서 있는 데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세도 세계 5위로 가파르다.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가 120에 달해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심리까지 들썩이자 정부는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말 송년간담회에서 “부동산 대책만 보고 (금융안정으로) 무게가 쏠리냐 하는 것은 바로 판단할 타이밍은 아니다”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총선 앞두고 경기 올인, 1분기 추가 인하 가능성 = 전문가들은 한은이 1분기 중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 저물가와 부동산 버블, 자본유출 문제가 당면한 과제다. 다만 경상흑자가 이어지고 있어 자본유출 문제는 크지 않겠다”며 “4월 총선을 앞두고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1분기 중 한 번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올 한해 통화정책이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은 클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당장 금리를 인하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 문제와 향후 버블 붕괴 등 그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올 한해 금리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과 금리 인하가 구축 효과로 이어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일구 한화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많아 봐야 두 번으로 사실상 통화정책 여력이 없다. 한은으로서도 여력을 모두 소진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을 통해 돈을 풀고 있지만 이는 결국 민간부문에서 쓰는 돈을 줄이는 소위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여건이 숫자상으로 작년보다 개선될 수 있겠지만 고령화와 산업 노후화 등 구조적 개선 여지는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대통령 선거를 앞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한 번 정도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일본이나 EU도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침체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전 세계 2020년 통화정책 방향은 마이너스 금리가 글로벌 경제 성장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현 수준을 유지하며 경제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 통화정책보다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은 공공 및 민간부문 투자 확대를 위해 올해 회계연도의 재정지출을 최근 15년 내 최대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일본 역시 조세 감면, 공공사업 기금 확대 등을 통한 재정부양책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도 2019년에 이어 올해에도 적극적 재정정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