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국내증시가 바닥권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논란을 일으켜 왔던 9월 금융위기설로 국내 주식시장이 한바탕 곤혹을 치른 가운데 국내 상장 기업들의 주가 흐름 또한 약세 기조를 면치 못했고 이러한 여파속 주가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이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들의 경우 주가 방어 혹은 안정화를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통상 자사주 매입 결의가 봇물을 이루는 시기를 증권업계에서는 지수가 바닥권에 도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자사주를 처분하는 시기가 고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러시는 코스피지수가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국내증시가 9월 들어 대내외 악재를 두루 반영하며 낙폭을 키워온 지난 11영업일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개, 11개 상장사가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다.
이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동양제철화학, 현대증권, 크라운제과, 광동제약, 다우기술 등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엠텍비젼, 코아로직, 파트론, 리드코프 등이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들 기업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일차적 목표가 주가안정과 주주가치의 제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역시 바닥권에서 주식 편입 비중을 늘려 지분을 확장한 이후 주가 반등시 상당한 시세차액을 거머쥘 수 있다는 인식이 이면에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주가부양 목적 또한 무시할 수 없겠지만 저점에 매수해 고점에 매도할 경우 시세차익을 통한 투자효과 극대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9월들어 코스피지수가 급락했고 같은 기간 상장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과도하게 훼손됐다는 인식이 주를 이루며 자사주 취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을 둘러싼 시장불안 요인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러한 현상에 비춰볼 때 바닥권에 점차 도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미치는 여러가지 영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자입장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러한 이벤트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며 "주가 하락기에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이 일회성 호재에 불과할 뿐 수급이 아닌 펀더멘탈 체크를 지나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수가 줄어 해당 주가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으나 향후 매물로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