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브랜드] ①K푸드, 글로벌 식탁메뉴 바꾼다…베트남 치킨사랑에 ‘치킨메뉴’ 확 늘린 롯데리아

입력 2020-01-01 06:00수정 2020-01-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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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치킨 곁들인 밥’ㆍBBQ '뚝불'ㆍ하이트진로 '과일소주'ㆍ두끼떡볶이 등 현지 입맛 잡아

▲롯데리아 베트남 호찌민 고밥점. (사진제공 롯데리아)
지난해 12월 15일 밤 베트남 호찌민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시간은 30분. 길거리에는 태권도·세탁소·소고기 전문점 등 한글 간판이 여럿 보였다. 그중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건 호찌민 시에 86개 점포가 있다는 ‘롯데리아’ 간판이었다.

다음 날 호찌민 랜드마크 81에 입점해 있는 롯데리아 점포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인데도 여전히 식사 중인 손님이 눈에 제법 띄었다. 매장에 있는 6명의 현지인 가운데 2명은 치킨, 2명은 라이스, 2명은 버거를 먹는 중이었다.

점원 르엉쑤언쯔엉(28)은 “손님 중에 베트남 현지인은 80%, 관광객과 한국인 방문객은 20% 정도”라며 “가장 잘 나가는 햄버거는 치킨 버거나 소고기 버거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치킨이나 라이스 종류를 찾는 사람도 많다. 라이스 메뉴는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치킨덮밥 식으로 구성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맥도날드, 버거킹 등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다. 호찌민 시내 블록마다 자리잡았다 싶을 만큼 점포가 많은 롯데리아는 현재 직영점 위주로 운영 중이며, 매년 15%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가맹점을 늘리는 게 목표다.

롯데리아가 치열한 현지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햄버거 못지않게 치킨을 주력으로 판다. 메뉴도 ‘치킨’, ‘버거’, 치킨과 밥을 같이 먹는 ‘라이스’ 3종으로 다양화했다.

호찌민 랜드마크 81 매장에서 치킨을 먹던 손님 응후옌후이흥(23)은 “박항서 열풍 이전부터 롯데리아를 좋아했고, 호찌민 시내 매장이 많아 자주 방문한다”며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치킨이고, 가끔 치킨과 밥을 곁들여 먹는 라이스 종류도 주문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입맛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또 다른 곳은 ‘BBQ’다. 다다음 날인 17일 방문한 호찌민 BBQ 매장 역시 치킨집이라고 하기엔 메뉴 구성이 다양했다. 이날 식사 중인 4팀 중 3팀의 테이블 위에는 뚝배기가 올려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불고기, 부대찌개, 닭갈비, 오징어덮밥, 제육덮밥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함께 판매 중이었다. 점장 김 모 씨는 “방문객 90% 이상이 베트남인”이라며 “치킨을 가장 많이 찾지만 찌개, 떡볶이 등 한식도 같이 판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 ‘두끼 떡볶이’ 매장은 점심시간 전부터 현지인들로 꽉 차 있었다. (사진=박미선 기자 only@)
인근에 있는 ‘두끼 떡볶이’ 매장은 ‘K푸드 열풍’이라는 수식어가 체감됐다. 12시 점심시간 전부터 1·2층으로 운영 중인 매장이 현지인들로 꽉 차 있었다.

식사를 기다리던 부이띠엔중(32)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꼭 오는 단골집”이라며 “김치, 김밥, 떡볶이 등 다양한 것들을 입맛대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매장 점원은 “2019년 2월에 문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다. 손님들이 입맛대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마침 ‘두끼 떡볶이’에 취업해 영업을 배우려는 김모(27) 씨가 면접을 보고 있었다. 김 씨는 베트남에 한국 음식점을 내기 위해 1년 반 전 호찌민에 와 한국 프랜차이즈 고깃집에서 서빙 일을 하며 베트남 소비자들의 성향, 입맛, 식당 운영방식 등을 익혔다. 김 씨는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젊은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이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 다니며 외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월 30만 원을 벌면서 2000원짜리 음료를 아무렇지 않게 사 마신다. 두끼 떡볶이에서 영업, 메뉴 개발 등을 배워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선 한국 술도 인기다. 2016년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세운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만 출시하는 제품 현지화 및 공격적인 유통망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베트남에서의 주류 판매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통업체에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하이트진로는 현지 3200여 개 유통채널 가운데 700여 개 편의점과 마트에 입점해 있다. 대표 상품인 ‘참이슬’을 필두로 ‘청포도에 이슬’, ‘자몽에 이슬’, ‘자두에 이슬’ 등 4종의 과일 소주로 인기몰이 중이다. 베트남에서 최근 3년간 소주는 연평균 46%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호찌민 현지 마트에 진열돼 있는 한국 술. (사진=박미선 기자 only@)
하이트진로 호찌민법인 김용기 지점장은 “과일 소주의 성장세가 가팔라 최근에는 한국산 딸기를 선호하는 베트남인들의 취향을 반영해 오직 수출용으로 ‘딸기에 이슬’을 출시했다”며 “하이트진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를 선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호찌민 현지 마트, 편의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또다른 K브랜드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다. CJ제일제당은 식품업체 가운데 베트남 진출에 가장 공격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2016년 현지 김치업체, 냉동식품업체, 수산·미트볼 가공업체를 연달아 인수하며 냉동식품군 라인업을 확충하고, 현지 유통망도 확보했다. 이후 비비고 만두, 현지식 만두, 김치 등을 생산·판매 중이다.

호찌민 시내 한 편의점에서 ‘비비고 김치’를 구매한 응우옌하으리(25)는 “베트남에서 김치는 식당 반찬으로 나올 정도로 익숙한 음식이고,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도 김치”라며 “가격이 다소 비싼 게 흠”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아예 현지 생산기지를 건립 중이다. 2017년 700억 원을 투자한 호찌민 공단에 짓고 있는 2만 평 규모의 생산 공장은 2020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현지에 공장을 세워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업체가 오뚜기다. 베트남 현지 라면 한 봉지 가격이 평균 250~300원이면 한국 라면은 1500~2000원에 팔린다. 반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오뚜기 라면은 500원가량으로 저렴한 편이다. 오뚜기는 2007년부터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후 2010년 하노이 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오뚜기는 케첩과 마요네즈 등 소스류와 라면, 3분 카레, 피자 등 250여 개 제품을 현지 생산해 판매 중이다.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동남아시안(SEA) 게임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을 정상에 올린 한국인 박항서 감독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이 한국에 열광한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산 제품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며, 한국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박이 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진출하고 싶다는 한국 업체들이 수시로 찾아오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물건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없다. 장밋빛 성공을 기대하고 치밀한 전략 없이 베트남에 오면 성공할 수 없다. 상품을 각인시킬 수 있는 킬링 포인트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현지화는 그 방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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