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부담 늘려 주택 처분' 유도 풀이
정부가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바꿨다. 기존에 주던 혜택은 줄이고 금융 규제는 늘렸다.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등록 임대 사업자에게 주던 취득세ㆍ재산세 혜택에 가액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득세ㆍ재산세도 공시가격 기준 수도권 6억 원, 지방 3억 원 초과 주택은 그 혜택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에 따라 선별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게 명분이다. 현재는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면적에 따라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재산세와 취득세를 각각 25%, 50% 이상 감면해주고 있다.
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임대업 개인사업자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상환비율(RTI)을 현행 1.25배 이상에서 1.5배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임대업 대출 이자와 임대 물건에 대한 기존 대출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RTI가 높아지면 대출에 필요한 임대소득 기준도 더 높아진다.
임대사업자 등록ㆍ관리 제도 역시 더욱 까다로워진다.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을 개정해 미성년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못 하게 하고, 관련 법 위반으로 등록 말소 이력이 있는 사람은 2년 동안 등록을 제한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차인 피해가 발생할 때도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되고 그간 받았던 세제 혜택도 토해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임대사업 등록 정보를 전산화하는 대로 지자체와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이같이 임대사업 혜택을 줄이고 규제는 강화한 것은 다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다주택 보유 부담이 늘면 임대사업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초반엔 임대사업자에게 세제ㆍ규제 특례를 통해 주거 안정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후 주택 매매ㆍ임대시장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효과 없는 특혜가 아니었냐는 게 업계 인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방향 변화로 시장 불안정성이 커진다고도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책엔) 주택임대 제도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며 “임대 등록을 어느 정도 마쳤으니깐 이제 세금을 거두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